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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사] 윤관 대법원장님을 추모합니다
양삼승 변호사 (전 윤관 대법원장 비서실장)
2022-11-2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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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가셨습니다. 홀연히 가셨습니다. 마치 서둘러야 할 일이 있는 듯이 총총히 가셨습니다.


아직 어리석은 저희를 남겨 놓고 훌쩍 떠나셨습니다. 이제 저희는 기대고 의지할 커다란 기둥을 잃어버렸습니다.


"초대하지 않았음에도 인생은 저세상으로부터 왔고, 허락하지 않아도 인생은 저세상으로 떠나가는 것이니, 거기에 무슨 탄식이 있을 수 있느냐"고 부처는 말씀하셨지만, 한갓 미물인 저희가 그 말뜻을 제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슬픔이 앞섭니다.

 

제가 님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동안, 님은 저에게 너무나 소중한 지혜를 깨우쳐 주셨습니다. "좋은 벗을 얻고자 하면, 먼저 은혜를 베풀어라. 명예를 얻고자 하면, 먼저 계율을 지켜라. 덕망을 얻고자 하면, 먼저 진실한 삶을 살아라"는 가르침을 몸소 실천해 나가시는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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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삼승 변호사 
(전 윤관 대법원장 비서실장)

매년의 법관 정기 인사 시기에 초안이 마련되어 오면, "혹시라도 편애하는 모습이 보이는 구석은 없는지" 허심탄회한 의견을 물어 주셨습니다. 님은 온화함과 화합의 상징이셨습니다. 누구에게나 따뜻한 얼굴로 다정한 말씀을 해 주셨고, 혹시라도 남이 인병(人病; 사람으로 인한 마음의 병)을 앓는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하셨습니다. 중앙선관위원장 시절, 완벽한 인화와 공정을 바탕으로 어느 쪽으로부터도 최고의 신뢰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초등학교의 선거에서까지 공정한 선거 바람을 일으킬 정도였습니다. 한 몸과 같은 수행비서의 선정이나, 퇴임 후 지방대학의 명예총장으로 봉사하시면서, 오로지 인품과 지역화합의 정신으로 결단하셨습니다.

 

청렴은 님의 상징이었습니다. 재산등록 시 법관 전체 중 마지막이었음은 전설이 되었고, 퇴임 후 저의 법무법인에 고문으로 와서 계실 때에도 일정액의 품위유지비만을 받겠다고 고집하셨으며, 평생 정해진 고정급 이외의 수입을 받으신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공직자로서,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마땅히 하셔야 할 일을 함에 있어서는 단호하셨고 용의주도하셨습니다.

 

군사정권이 물러가고 문민정부로 바뀌는 시운(時運)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국외 순방 때에 공항에 환대를 나가는 관행을 없애고, 대법원장실에서 대통령의 사진을 떼어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사법부 독립의 '외형적 실현'이라는 확신 없이는, 당시 이러한 껄끄러운 교섭을 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님의 재직 중 사법부의 자존심을 살리는 업적의 백미는, 단연 '영장실질심사'의 관철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막중한 판단을 하는 데에,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대면하여 사정을 들어 볼 수도 없고, 검사의 조서만을 믿고 결정하라는 것이 법치 후진적인 우리 사법부의 당시 실상이었습니다. '판단 받는' 사람이, '판단 하는' 사람을 이기려고 대드는 언어도단의 행태를 통탄해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어느 누구도 감히 밖으로 드러내지 못한 용단이고 통찰이었습니다. 님은 항상, 판사들의 정의를 향한 열정과 이를 위한 용기가 부족함을 걱정하셨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잊으시고 편안히 쉬시기를 기원합니다. 후배들이 님의 뜻을 받들어 잘 이루어 나갈 것입니다.

 

엊그제 대전 현충원의 양지바른 곳에 님을 모시는 마지막 자리에 동참하고, 하관과 보토를 지켜보면서 눈물로 님을 기리며 마지막 인사를 드렸습니다.


묘비명은, 평소 글을 써오던 둘째 아드님이 님의 뜻을 받들어 적기로 하였습니다. 부디 극락왕생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18일 심야에, 흐르는 눈물 속에서, 양삼승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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