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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의 심증은 감추는게 최선일까
류인규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2022-11-3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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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한 형사사건에서 증인심문을 마친 직후였다. 재판장은 “검사님, 이 사건은 죄가 되지 않는 것 같은데요”라며 무죄의 심증을 강하게 드러냈다. 필자는 재판을 마칠 때까지 표정 관리가 쉽지 않았다. 법정 밖에 나와서는 의뢰인이 벌써 무죄 판결을 받은 것처럼 감격하여 필자에게 연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며칠 뒤, 정반대의 상황이 발생했다. 민사사건에서 재판장이 “변호사님, 말씀은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런데, 솔직히 상대방 주장이 더 신빙성이 있어요. 다음기일까지 추가 입증할 것이 있으면 해 보시고, 안되면 결심합시다”라며 필자의 패소를 예고한 것이다. 어깨가 축 쳐진 상태로 사무실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두 경우 모두 흔한 경험은 아니다. 대부분의 재판에서 법관은 심증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두 사건의 결과는 어땠을까? 형사재판은 다음 기일에 검사가 절치부심하여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는 등 반전이 있었다. 결국 의뢰인은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민사재판은 재판장의 예고대로 필자의 패소판결이 선고되었다.

상반된 결과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는데, 두 사건 모두 의뢰인의 불만이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으며, 법관이 무슨 이유로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 그 과정을 의뢰인 스스로 목격하게 되니 원치 않던 결과가 발생했음에도 법관이나 변호사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지 않게 된 것이었다.

다른 대부분의 사건에서는 판결 선고기일까지 법관의 심증을 알기 어려운 것이 보통이다. 심지어 패소판결이 선고되더라도 판결문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도대체 왜 패소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이런 경우에는 의뢰인이 법관이나 변호사를 향해 불만을 쏟아낸다. “아니 판사는 왜 우리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마음대로 상상해서 판단을 했느냐”, “변호사는 왜 이런 부분을 미리 대비하지 않았느냐”는 식이다.

변호사로서는 억울할 때도 많다. 재판과정에서 한 번도 쟁점이 되지 않았던 부분을 석명조차 구하지 않고 직권으로 판단하면서 패소 판결의 근거로 삼은 경우도 있었는데, “재판 중에 한번 언질이라도 주었으면 충분히 해명을 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나 아쉬웠다. 해당 사건에서 당사자는 “어떻게 아무도 주장하지 않은 것을 판사가 마음대로 판결문에 적었느냐”며 전관비리가 틀림없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는 말이 있다. 여러가지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지만, 실제로 많은 법관이 재판 내내 침묵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다가 판결문에서 비로소 판단의 근거를 하나씩 나열하는 것을 보면 이 말은 우리의 재판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이는 최대한 신중하고자 하는 법관의 노력에서 비롯하였을 것이다. 법관의 말 한마디에 당사자는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심정이 될 수 있으니, 한창 진행 중인 재판에서 중간중간 법관이 심증을 드러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최선일까? 법관이 심증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당사자들로 하여금 지금 중요한 쟁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인지할 수 있게 해주며,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불안함에 불필요한 증거신청을 남발하거나 무의미한 서면공방을 반복하는 일도 예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사법절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국민이 재판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줄 것이다.

아직 진행중인 사건이지만, 며칠 전 겪은 일화를 공유하며 글을 마친다. 수도권 지방법원의 민사단독재판을 맡은 한 법관은 “지난 기일에는 제가 OOO증거를 제대로 못봐서 원고 주장이 맞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는데요. OOO증거를 보니까 피고 주장이 일리가 있어요. 원고가 이 부분 해명을 좀 해야 할 것 같은데요”라며 원고측에 석명을 구했다. 이 모습을 본 필자는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판사가 신중하지 못하고 덜렁댄다고 생각했을까? 필자는 이런 솔직한 모습이야 말로 우리 법원이 모델로 삼아야 할 태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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