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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 판사가 “문신 시술은 불법” 판례에 맞서는 이유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2022-12-12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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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_synopticon_face.jpg월드컵 경기를 보다 보면 많은 선수에게서 발견되는 것이 있다. 바로 타투(tattoo)다. 얼마 전까지 국내에서도 “문신”이라고 하면 조폭(조직폭력배)을 떠올리곤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문신 시술자는 35만 명(문신 5만 명, 반영구 화장 30만 명). 문신 시술을 받은 사람은 전국에 1300만 명에 이른다.

이상한 것은 이처럼 수많은 이들이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문신이 불법의 영역 안에 있다는 사실이다. 의사가 아닌 사람이 문신 시술을 할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청주지법 형사5단독 박종원 판사가 눈썹 문신 등 시술을 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기소된 40대 미용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차근차근 Q&A로 풀어보자.

 

Q. 문신 시술을 처벌하는 이유는.
A.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일반인이 비의료인에게 의료행위를 의뢰하는 것 역시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Q. 문신 시술이 왜 의료행위인가?
A. 1992년 이후 30년간 흔들림 없이 유지돼 온 대법원 판례다. “의료행위라 함은 질병의 예방과 치료행위뿐만 아니라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작업자의 실수 등으로 진피를 건드리거나 진피에 색소가 주입될 가능성이 있으며 문신용 침으로 인해 각종 질병이 전염될 우려가 있다”는 게 가벌성 판단의 근거다.

Q. 박종원 판사는 왜 무죄 판결을 했나?
A. 기존 판례와 달리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색소를 묻힌 바늘로 피부를 아프지 않을 정도로 찌르는 단순한 기술의 반복으로 그로 인한 위험을 예방하는 데 고도의 의학적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직업수행 및 표현의 자유(시술자)와 신체를 통한 개성 발현의 자유(피시술자)라는 헌법상 기본권이 최대한 실현되도록 법을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Q. 염료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되는데.
A. 박 판사는 “염료의 생산·유통 과정에서 통제해야 하는 위험”이라고 설명한다. 그는“채혈 혈당측정기나 급성 소화불량용 사혈침이 판매·사용되고 있고, 귀고리 등을 착용하고자 귓불을 뚫는 행위가 일상화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Q. 항소심에서도 받아들여질까?
A. 유죄로 뒤집힐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헌법재판소도 해당 법 조항에 대해 올 3월과 7월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 “명확성의 원칙이나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Q. 그렇다면 박 판사는 왜 ‘무모한’ 무죄 판결을 한 것인가?
A. 30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에 그의 생각을 가늠해볼 수 있는 문장이 있다. “문신 시술 또는 반영구 화장 시술이 ‘의료행위’에 포함된다는 해석이 헌법의 원리와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하지 못한다는 의심이 남는 이상 합헌적 해석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심판하여야 하는 법원의 의무이기도 하다.”

Q. 무슨 뜻인가?
A. 독립해 심판하는 법관으로서 기존 판례대로 판결하기엔 마음이 찜찜해서 견딜 수 없었다는 ‘양심 고백’ 같은 것이다. 사건처리에 쫓기는 판사가 ‘의심이 남는’ 사안을 깊이 파고 들어가려고 시도하는 것은 보통 결심 갖고는 힘든 일이다. 박 판사의 문제 제기가 상급심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길 기대하는 이유다.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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