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칼럼은 필자가 아래 원문을 축약한 내용입니다.
와인이 건강, 특히 심장에 좋다는 속설은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에서 시작되었다. 프랑스인이 동물성 지방을 미국인이나 영국인만큼이나 많이 먹지만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현저하게 낮은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은 1979년부터 학계에 보고되었지만1) 특별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 심혈관질환은 산업화된 서구에서 사망원인 1위였다. 1979년 WHO 주도로 시작된 심혈관질환 연구(MONICA Project)에서도 이 현상이 확인되었다. 이 연구는 20여개국(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핀란드, 호주, 중국, 러시아, 나머지는 모두 유럽)에서 10년 이상 진행되었다.
[각주1] 프랑스의 심장병 사망률이 낮은 것은 와인 때문이라고 최초로 주장한 논문은 St Leger, 1979, “Factors associated with cardiac mortality in developed countries with particular reference to the consumption of wine”은 18개 선진국의 허혈성 심장병 사망은 포화지방 섭취와 일관되지 않은 상관관계에 있고 알코올 섭취와는 강한 부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면서 이것은 전적으로 와인 섭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991년 미국 CBS 방송의 인기 다큐멘터리 프로그램(60 Minutes)은 프랑스인의 심장병 사망률이 미국인의 4분의 1에 불과한 이유를 추적하고 있었다. 당시 미국 백인 남성의 사망원인 1위는 심장마비와 뇌졸중이었다. 미국에서는 베이비 붐 세대가 고령화 되면서 건강에 관심이 많았다. 프랑스 와인의 본고장에 있는 보르도 대학의 르노(Serge Renaud) 교수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진행자 세이퍼(Morley Safer)가 프렌치 패러독스를 설명해달라고 하자 한 마디로 “소량의 알코올 섭취”라고 답했다. 대부분의 프랑스인이 매일 와인 2~3잔을 마시기 때문에 심장병이 적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에서 와인은 인기가 없었고 와인 소비는 감소 추세에 있었다. 그런데 와인이 심장병에 좋다고 하는 방송이 나가자 와인 열풍이 불었다.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온갖 책이 쏟아져 나왔다. 와인 업계는 프렌치 패러독스를 내세우면서 와인이 심장에 좋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때부터 미국에서 와인은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술을 안마시던 사람들도 식사할 때 심장마비 위험을 낮춘다고 반주로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해 미국의 와인 판매는 40% 증가했고, 프랑스 와인의 대미 수출은 4배 증가했다. 와인 열풍은 젊은 세대가 맥주를 선호하면서 와인 판매가 급감하고 있던 유럽으로 이어졌다. 르노는 ‘프렌치 패러독스의 아버지’로 알려지게 되었고 와인 업계의 영웅이 되었다.
1991년 와인이 심장병에 좋다는 르노의 주장이 방송을 타고 나가자 미국 정부는 놀라서 그에게 과학적 근거를 요구했다. 당시 알코올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 보편적 인식이었다. 르노는 이에 대한 답으로 1992년 논문2)에서 하루 20~30g의 알코올 섭취가 심장병 사망 위험을 40% 이상 줄인다고 주장했다. 그 주장은 와인 섭취량과 심장병 사망률이 역의 상관관계에 있다는 것을 근거로 했다. 프랑스 세 도시(Toulouse, Strasbourg, Lille)의 자료에서 치즈 섭취량(g/day)은 툴루즈(51)가 스트라스부르(34), 릴(42)보다 많지만 심장병 사망률(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은 툴루즈(78)가 스트라스부르(102), 릴(105)보다 낮았다. 와인 섭취량(g/day)은 툴루즈(383)가 스트라스부르(286), 릴(267)보다 많았다. 르노는 이런 상관관계를 근거로 하여 와인을 많이 마시면 심장병 사망률이 낮아진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채소 섭취량(g/day)도 툴루즈(306)가 스트라스부르(217), 릴(212)보다 월등히 많고, 과일 섭취량(g/day)도 툴루즈(238)가 스트라스부르(149), 립(160)보다 월등히 많았다. 불포화지방과 곡물도 마찬가지이다. 르노의 주장은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라고 왜곡했을 뿐 아니라 다른 요인들은 무시하고 와인 한 가지만 가지고 내린 결론이므로 과학적으로 오류였다.
[각주2] Renaud & Lorgeril, 1992, “Wine, alcohol, platelets, and the French paradox for coronary heart disease”
그는 위 논문에서 종전에는 알코올이 HDL을 높여 동맥경화를 예방한다고 믿어져 왔으나 프랑스인의 HDL 수준이 다른 나라보다 별로 높지 않기 때문에 알코올이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는 없다고 했다. 그래서 과거 자료를 다시 분석해보니 적당한 음주는 혈소판 응집 억제를 통해서 심장병 사망을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프렌치 패러독스에 대한 하나의 설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혈 억제 작용은 모든 알코올에 공통된 효과이지 와인에 특유한 효과는 아니다. 또 혈중에 알코올이 있어야만 이런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상습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 된다.
르노는 와인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적이 없다. 그는 당시 지중해식단이 심장병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었다.3) 그는 그전에 발표된 ‘7개국 연구’’(The Seven Countries Study)에서 그리스 크레타 사람들이 높은 콜레스테롤 수준에도 불구하고 심장병 사망률이 가장 낮은 사실에 주목했다. 이 연구는 7개국 16지역 남성 12,763명을 대상로 한 것인데 동물성 지방 섭취량과 심혈관 질환 사망률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르노는 지중해(크레타)식단에 포함된 알파-리놀렌산(오메가3 지방산)이 효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심장병 전문의(Lorgeril), 영양사(Salen)와 연구팀을 구성해서 1985년 유명한 ‘리옹 식단 심장 연구’(Lyon Diet Heart Study)를 시작했다. 프랑스 리옹에서 1차 심근경색을 겪은 심장병 환자 605명을 두 집단으로 나누었다. 실험집단에게는 8주간 알파-리놀렌산을 강화한 지중해식단을 먹게 했다. 채소, 과일, 곡물을 풍부하게, 육류는 조금 먹고 와인은 적당히 마시게 했다. 버터와 우유는 배제하는 대신 올리브오일 성분과 비슷하지만 알파-리놀렌산을 강화한 마가린으로 대체했다. 그리고 통제집단은 통상적인 환자 음식을 먹게 했다. 27개월 추적 조사한 결과. 두 집단 사이에 혈압, 콜레스테롤, LDL, 체질량 지수 등은 별 차이가 없었지만 심근경색 재발과 사망 위험은 실험집단이 70% 낮았다(1994년 1차 보고). 믿을 수 없는 결과였기에 처음에 논문 게재를 요청받은 학술지(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는 거절했다.
[각주3] 1990년 그는 포화지방을 전체 열량의 10% 이내로 줄이고 리놀렌산과 포화지방의 비율이 0.6~0.8일 때 심근경색 위험이 최소화된다고 보고했다.
1991년은 지중해식단이 심장병에 좋다는 르노 자신의 연구결과가 내부적으로 나온 후이다. 그는 CBS 방송에 출연할 당시 프렌치 패러독스가 지중해 식단 때문이지 와인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프랑스는 지중해 식단 지역이지만 미국과 영국은 아니라는 차이가 중요하다. 그는 방송에서 딴 소리를 한 것이다. 그는 죽을 때까지 와인 업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프렌치 패러독스가 채소 때문이라는 논문에 대하여 와인 때문이라고 반박하는 편지를 기고하기도 했다.
동물성 지방 섭취와 심장병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부족하다는 연구결과가 있기는 하지만(2009년 논문4) 상관관계는 대체로 인정된다. 40개국 연구에서는 프랑스와 핀란드를 제외하고는 동물성 지방(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 섭취량과 심혈관질환 사망률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고, 다만 프랑스는 동물성 지방 섭취량이 높지만 채소, 과일, 식물성 기름 등을 더 많이 먹기 때문에 심혈관 사망률이 낮다고 보고했다(1993년 논문). 추운 지방인 핀란드는 채소, 과일 등을 적게 먹기 때문에 심장병 사망률이 특히 높다.
[각주4] Andrew Mente et al,"A Systematic Review of the Evidence Supporting a Causal Link Between Dietary Factors and Coronary Heart Disease".
지금은 프렌치 패러독스는 채소, 과일 등 자연음식을 풍부하게 섭취하는 지중해식단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정설이다. 지중해식단이 심혈관을 포함해서 전반적으로 건강에 좋다는 것은 검증되어 있다. 리옹 연구의 최종 보고에서도 46개월 추적 조사한 결과. 지중해 식단의 심장 보호 효과가 유지되었다고 보고했다(1999년 최종 보고에는 르노가 논문 공동저자에서 빠져 있음). 인도-지중해식단 심장 연구에서는 1천명의 환자를 둘로 나누어 개입집단에는 채소, 과일, 전곡, 견과 등이 풍부한 식단을, 통제집단에는 지역 식단을 먹게 했더니 2년 후 개입집단의 심장 문제가 현저히 적었다(2002년 논문5)).
[각주5] Singh RB, Dubnov G, Niaz MA, et al. Effect of an Indo-Mediterranean diet on progression of coronary artery disease in high risk patients (Indo-Mediterranean diet heart study): a randomised single-blind trial. Lancet 2002.
프렌치 패러독스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 런던 의과대학의 로(Law) 교수는 프랑스인의 포화지방 섭취량, 콜레스테롤 수준, 혈압, 흡연 등 심장병 위험요인이 영국인과 비슷한데도 프랑스인의 허혈성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영국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은 통계적 왜곡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1999년 논문). 흡연과 폐암의 관계처럼 육류 소비 증가가 심장병 증가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과거에는 프랑스인이 영국인처럼 동물성 지방을 많이 먹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의 심장병 사망률에는 시차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심장병 사망률은 30년 전의 동물성 지방 섭취량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는 심장병을 사망원인으로 보고하는 비율이 영국보다 20%나 적다는 점도 지적했다.
로 교수의 예언은 그대로 적중했다. 르노의 주장이 있은 후 30년이 지난 2020년 관상동맥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인구 10만명당 사망자)은 프랑스(30)와 영국(43)이 상당히 근접해졌다(WHO 자료). 미국(73)과의 격차도 줄어들었다. 프렌치 패러독스는 사실상 사라졌다. 미국인은 프랑스인보다 육류 섭취 뿐 아니라 가공식품과 트랜스지방 섭취도 많다. 트랜스지방은 공인된 심장병 위험요인이다(2006년 논문6)).
[각주6] Jennifer Couzin, "Women's Health: Study Yields Murky Signals on Low-Fat Diets and Disease. 미국 식약청은 트랜스지방을 음식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주장은 침몰하다가 90년대 말부터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 RSV)이 만병통치약처럼 각광을 받으면서 다시 부상했다. RSV는 원래 식물이 상처 나거나 병원균(박테리아, 진균 등)에 감염될 때 그 부위에 생성되는 보호물질로서 항균성, 항산화성을 가지고 있다. 포도는 주로 껍질에 함유되어 있다. 화이트 와인은 껍질을 벗겨내기 때문에 거의 없다. 레드 와인에는 RSV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레드 와인 예찬론은 이제 과학적으로 포장되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따져보면 문제가 많다.
생쥐 등 동물 실험과 시험관 실험에서는 RSV의 건강상 효능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많다. 주요한 효능으로는 항염증, 항암 효과(1997년 논문7)), 혈당 조절, 심혈관 보호, 뇌·신경 질환이나 대사증후군 개선 등의 효과 등이다. 물론 고단백질을 먹는 생쥐에게는 RSV 투여가 동맥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각주7] Jang M, Cai L, Udeani GO, Slowing KV, Thomas CF, Beecher CW, Fong HH, Farnsworth NR, Kinghorn AD, Mehta RG, Moon RC, Pezzuto JM. Cancer chemopreventive activity of resveratrol, a natural product derived from grapes. Science. 1997.
인체에 대한 효능을 검증하기에는 아직 임상실험결과가 충분하지 못하다. 연구결과들이 상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에게 RSV를 하루 1g 투여하면 혈당, 인슐린, 인슐린 저항성, 혈압, HDL, LDL 등이 개선되고(2013년 논문) 하루 10mg 같은 소량만 투여해도 혈당, 인슐린 감수성을 낮춘다(2011년 논문)는 보고가 있지만 RSV가 당뇨병에 효과가 없다거나(2016년 논문) 건강한 사람에 대하여는 효과가 없다(2014년 논문)는 보고도 있다. 대사증후군(MS) 집단을 상대로 한 실험에서는 혈당, 혈압, 대사증후군의 개선 효과가 없고 도리어 하루 1g을 투여했을 때 총 콜레스테롤, LDL이 증가했다(2018년 논문). 인체에 대한 항암 효과, 심혈관 질환, 뇌신경 질환에 대한 효과도 아직 임상실험이 부족하다. RSV가 인체 내에서 상황에 따라 항산화 작용이 아니라 산화 작용을 하고, 종양 억제 효과와 종양 촉진효과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다만 항암 효과가 더 크다).
RSV는 입으로 먹으면 인체 흡수율이 매우 낮다. 혈중 농도가 시험관 실험에서 효능을 나타낸 정도가 되게 하려면 엄청난 고용량을 투여해야 한다. 인체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세화(micronization)나 피페린(piperine)과의 결합 등 특별한 처리를 해야 한다. 미세화된 RSV(SRT501)는 미세화 되지 않은 RSV보다 혈중 농도를 3.6배 높이지만 구토, 고창(복부 가스 팽창), 복통, 설사, 빈혈, 신장 부전, 피곤 등의 부작용이 발견되었다.
RSV를 고용량 투여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 RSV를 하루 500mg 투여했을 때 구토, 고창, 복통, 설사 등 부작용이 관찰되었고, 암 환자에 대한 고용량 투여로 신장 부전이 발생한 사례가 보고되었다. 건강한 사람에게 하루 5g까지 단기간(1개월) 투여해도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지만 2.5g 이상에서는 위와 같은 위장관 증상이 나타났다(2010년 논문). 그 외에도 두통, 뾰루지, 총 콜레스테롤 증가가 나타날 수 있다. 장기간 투여하면 소량에서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 하루 3mg을 1년 투여하면 고혈당, 설사, 항응고 작용으로 인한 출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아직은 RSV를 치료약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 컨센서스이다.
RSV는 한때 장수물질로 각광받기도 했다. 생쥐 실험에서 RSV가 서투인(sirtuin) 활성화를 통해 수명 연장 효과가 있다고 발표되어(2003년 하버드 의대 Sinclair 교수 논문) ‘기적의 장수물질’이 발견되었다고 전세계가 흥분했다. 검증한 결과 RSV는 서투인을 활성화하는 것이 아니라 억제했다(2010년 논문8)). 그 후 생쥐 실험에서 RSV는 중년(1년짜리) 생쥐에게 투여하면 수명 연장 효과가 없고(2008년 논문9), Sinclair 교수도 공동 저자) 건강수명에도 효과가 없음이 발혀졌다(2011년 논문10), Sinclair 교수도 공동 저자).
[각주8] Pacholec, 2010. SRT1720, SRT2183, SRT1460, and resveratrol are not direct activators of SIRT1. J. Biol. Chem.
[각주9] Pearson, 2008, “Resveratrol delays age-related deterioration and mimics transcriptional aspects of dietary restriction without extending life span”.
[각주10] Miller, 2011, “Rapamycin, but not resveratrol or simvastatin, extends life span of genetically heterogeneous mice”. J. Gerontol. A Biol. Sci. Med. Sci. 2011.
만의 하나 RSV에 어떤 효능이 있다고 가정해도 RSV 효능은 레드 와인과 연결되지 않는다. 레드 와인 한잔(15㎖)에 함유된 RSV는 0.03~1.07㎎에 불과하다. 이런 수준은 너무 미미해서 건강에 유익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2003년 논문11); 2015년 논문12)). 바나나 향만 들어 있는 바나나맛 우유와 다를 바 없다. 하버드 의대의 싱클레어 교수는 레드 와인의 RSV가 건강에 효과를 발휘하려면 한꺼번에 800잔을 마셔야 한다고 한다. 이런 정도의 양은 마실 수 없거니와 마시면 알코올의 해악이 더 크다.
[각주11] Sahebkar et al, "Lack of efficacy of resveratrol on C-reactive protein and selected cardiovascular risk factors--Results from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각주12] HR Warner, "NIA's Intervention Testing Program at 10 years of age".
레드 와인에 들어 있는 다른 폴리페놀인 프로시아니딘이 혈관 보호 작용을 한다거나(2006년 논문13)) LDL을 높이는 말론디알데히드(malondialdehyde)의 흡수를 줄인다(2012년 연구14))는 주장이 있기는 하나 인체 안에서 그런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2015년 논문15)).
[각주13] Corder et al, "Oenology: Red wine procyanidins and vascular health".
[각주14] Kanner et al, "Protection by polyphenols of postprandial human plasma and low-density lipoprotein modification: The stomach as a bioreactor".
[각주15] "Flavonoids". Oregon State University, Linus Pauling Institute, Micronutrient Information Center.
RSV가 장수물질로 개발될 것이라는 꿈은 깨졌으나 레드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신화는 과학적 근거 없이 살아 있다. 와인은 보통의 알코올일 뿐이다. 알코올 섭취는 고혈압, 심장병 등 만성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적당한 알코올 섭취가 심장병 위험을 줄인다는 보고가 있지만 이런 연구는 대개 과거 음주했다가 현재 금주한 사람과 평생 금주한 사람을 구분하지 않고 같은 집단으로 분류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된다. 적당한 음주라도 금주에 비해 나은 효과가 없고(2016년의 메타 분석16)), 암, 간질환 등의 위험을 증가시킨다(2005년 논문17)). 알코올 섭취는 전인(all-cause) 사망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서는 금주하는 것이 최선이다(2018년 Global Burden of Disease 자료 분석 결과18)).
[각주16] T Stockwell et al, 2016, "Do "Moderate" Drinkers Have Reduced Mortality Risk?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Alcohol Consumption and All-Cause Mortality"
[각주17] Norström T, Ramstedt M. Mortality and population drinking: a review of the literature. Drug Alcohol Rev. 2005; Klatsky AL. Alcohol and cardiovascular diseases. Expert Rev Cardiovasc Ther. 2009.
[각주18] Max G. Griswold et al, 2018, "Alcohol use and burden for 195 countries and territories, 1990-2016: a systematic analysis for the 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 2016"
와인과 건강의 관계에 있어서 음주 문화와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와인 문화는 폭탄주를 만들지 않고 술잔을 돌리거나 원샷을 하지도 않는다. 전통적인 프랑스인처럼 채소, 과일 등 자연음식이 풍부한 식사를 하면서 와인을 반주로 마시면 알코올의 해악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적당량이라도 매일 상습적인 음주는 해롭다. 프랑스인은 허혈성 심장병만 적을 뿐이고 적당량이지만 상습적으로 알코올을 섭취하기 때문에 알코올로 인한 전체 질병 유병률과 사망률은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서구 다른 나라보다 몇 배 높다는 사실(2013년 논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