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인이 털어놓은 이야기다. 자신이 늘 주변을 고려해서 결정을 내리다 보니정작 자기 자신은 썩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되고, 마음이 내키지 않는 일을 하게 되다 보니 열심히 하게 되지 않아 결과 또한 실망스러운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그 패턴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기존 관계가 있어 어렵다는 하소연이었다. 나도 마찬가지다. 가족외식을 하려면 아이들 입맛과 아이들이 먹다 남길 것까지 계산하다 보니 나에게는 메뉴 선택권이 없다. 가장 원초적인 욕망인 원하는 걸 제때 먹을 즐거움을 몇 년째 누리지 못하다 보니 점차 내가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조차 잊어버리게 되곤 했다.
음식은 소소한 것이지만, 주변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느라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할 줄 모르게 된 경우는 더욱 마음이 저릿하다. 나의 꿈을 떠올리면 자연히 함께 떠오르는 가족과 친구들, 현실을 고려하다 보면 내 꿈 따위가 무슨 사치냐 싶어 스르르 지우기를 반복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점차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떠올릴 수조차 없게 된다. 남들을 배려하느라 내 색깔이 흐려진 세상에는 점차 내 생각은 사라지고 주변의 조언, 실패 없다는 가성비, 검색 결과가 내 결정을 대신한다. 아이러니하게 치밀하게 계산하여 선택한 차선책은 누구도 맘에 들어 하지 않기에 자연히 내 삶은 만족스럽지 않고 찌뿌둥한 피로, 짜증과 스트레스가 끊이질 않는다.
이 삶의 패턴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끔 이기적으로, 모두를 위한 차선 말고, 나를 위한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먼저 나를 위한 결정을 하되, 다른 사람도 그러한 선택을 하도록 응원해주는 삶이다. 눈치 보지 말고 내가 먼저 메뉴를 고르고, 내 인간관계의 바운더리를 정하고, 번아웃이 오기 전에 내가 먼저 휴가 일정을 잡는 것이다.
그동안 열심히 배려하며 살아왔으니, 2023년은 우리 모두 가끔 나만 생각하는 나를 위한 최선도 선택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어떻게 하면 모두를 배려할 수 있을지를 아는 지혜가 아니라, 내가 때로 담대한 결정을 내릴 때 그저 응원해줄 사람이다. 서로에 대한 날 선 평가나 때 이른 판단을 잠시 접어두고 그저 응원만 한다면 우리는 흔들림 속에서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나는 이제 음식이 조금 남더라도 내가 먹고 싶은 걸 고르고 대신 즐겁게 식사한다. 아이의 음식 선택도 똑같이 존중한다는 마음이 가닿길 바라며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같은 응원을 담아 보낸다. 새해에는 남보다는 나로 살기로 합시다!
안현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