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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의 지재공방
‘지구법학’의 관점에서 고민해 보는 ‘지재법의 미래’
박성호 교수(한양대 로스쿨)
2023-01-1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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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은 기후 위기의 한 양상이다. 인간은 지구의 일부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고 살았다. 우리의 건강은 지구와 다른 종(種)들의 건강에 의존하고 있다. 인간이 자연 세계와 별개이며 그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 ‘지구법학(Earth Jurisprudence)’의 관점에서 ‘지재법의 미래’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지구법학은 자연을 경제적 효용가치를 지닌 물건이나 재산으로만 취급하는 인간중심주의 법체계를 비판하는 담론이다. 인간이 자연의 모든 것을 마음대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통념에서 벗어나 자연의 모든 존재자에게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지구법학의 관점이다. 2008년 9월 제정된 에콰도르 헌법은 세계 최초로 헌법에 ‘자연의 권리’ 조항을 두었다. 이는 지구법학의 관점을 받아들인 대표적 사례이다.

문제는 인간중심주의 법체계의 인식론적 전제인 이원론(주체와 객체의 구분 등)을 지금 당장 벗어던질 수 없다는 데에 있다. 그렇다면 지재법은 지구법학의 관점에서 어떠한 실천 가능한 접점을 모색할 수 있을까?
 
자연의 모든 존재자를 존중하는 ‘지구법학’의 관점에서 ‘지재법의 미래’를 고민해 볼 때이다. 사적 영역에서 환경친화적 특허의 ‘커먼즈(commons)’를 확대하는 것이나, 공적 영역에서 생물다양성을 훼손하고 생태살해를 초래하는 기술의 특허부여를 차단하는 것은 지구법학의 관점에서 지재법의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 된다.

우선 떠올릴 수 있는 것은 토지를 개인의 사유재산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이 동등한 접근권을 부여받아 함께 관리하는 ‘공유지(commons)’로 만드는 방안이다. 여기서 착안하여 특허의 ‘커먼즈’를 확대해가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미 유사한 사례가 있다. 2008년 1월 세계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 주도로 IBM, 소니, 노키아 등 기업들이 참여하여 출범시킨 ‘환경특허 커먼즈(Eco-Patent Commons)’이다. 여기에 참여한 기업들은 하나 이상의 환경친화적 특허를 제공해야 한다. 참여기업이나 제공된 특허가 많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환경친화적 특허 풀(pool)을 만들어 누구나 자유롭게 실시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는 돋보인다.

 

다음으로 실천 가능한 방안은 WTO/TRIPs 협정 제27조 제2항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조항은 ‘환경에 대한 심각한 파괴(serious prejudice to the environment)’를 초래하는 발명과 같이 공공질서나 공서양속에 반하는 발명의 상업적 실시를 금지하기 위해 이러한 발명을 특허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취지를 반영한 우리 특허법 제32조도 특허부여를 불허한다. 이에 따라 예컨대 유전자변형(GM) 종자 기술의 특허부여를 차단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생물다양성을 훼손하고 생산성이나 병충해에 강한 몇몇 단일 품종만을 남기는 ‘생태살해(ecocide)’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이 있다.


첫째 방안이 사적 영역(시장권력)에서 특허권자들의 자발적 실천으로 작동되는 것이라면, 둘째 방안은 공적 영역(국가권력)에서 특허법 제32조를 적용하여 특허부여를 차단하기 위한 국가의 개입을 필요로 한다. 이들 방안은 지재법이 지구법학의 관점에 다가가기 위한 실천수단이며, 지재법의 미래를 향한 첫걸음을 떼는 것이기도 하다.


박성호 교수(한양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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