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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신논단
[법신논단] MBTI
홍기태 원장(사법정책연구원)
2023-01-26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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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마이어스(Myers)와 그 어머니 브릭스(Briggs)에 의하여 개발된 유형(Type) 지표(Indicator)가 2020년대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으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원래 MBTI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징병으로 부족해진 노동력을 여성이 채우면서, 자신에게 적합한 직무를 찾는 데 도움을 줄 목적으로 개발되었다고 한다.

천 길 물속보다 깊은 사람의 속을 어떻게 16가지로 단순화할 수 있을까 싶다가도, 설문을 통하여 결과를 제시하는 MBTI는 혈액형 테스트와는 차원이 다른 정보를 주는 것 같기도 하다. MBTI가 나를 너무나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감탄하는 MBTI 신봉자도 더러 만나게 되니 말이다. 물론 각 분류의 중간 지점에 있는 성격을 가졌거나 해당 요소의 특징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라면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과학성이나 정확도에 대한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MBTI가 과도하게 활용되고 있어 우려를 낳기도 한다. 신입사원 선발에서 특정 MBTI를 우월하게 평가하거나 또래집단에서 MBTI를 들어 놀림감으로 삼는 일까지 생겨난다고 한다. 무엇이든 과몰입의 폐해는 경계함이 마땅하다.

그렇지만 이 시대의 젊은 세대가 MBTI에 빠진 이유를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저 재미 삼아 MBTI 놀이를 하는 것 같지만, 실은 인간 내면의 다양성을 살펴주고 인정해달라는 집단적 표현이다. 외모나 경제력보다 내적 가치를 중요시하고 자율성을 존중해달라는 간절한 신호이다.

젊은 세대가 MBTI에 빠진 이유를
잘 들여다 볼 필요 있어

그저 재미 같지만,
다양성 인정해달라는 집단적 표현이자
외모·경제력보다
내적 가치 중시하고 존중해달라는 신호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를 불러온 기성세대는 남북통일을 이루지 못한 한을 일상에서 풀어왔다. 중국집에서는 짜장면으로 통일, 회식에서는 폭탄주로 대동단결. 어찌 단합과 통합이 나쁠까마는, 통일의 깃발을 올리는 사람이 부장님이고 전무님일 때에도 그걸 아름다운 통일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노래야 나오너라고 장단을 맞추면 뮤직박스가 열리는 사람이 있고, 흥얼거리던 가사조차 새하얗게 사라지는 사람이 있다. 남의 얘기를 듣기 편해하는 귀가 열린 사람도 있고, 내 얘기를 전파하는 데 열성인 입이 열린 사람도 있다. 끈끈하게 뭉치는 회사 동호회에 신이 나는 직원도 있고, 깔끔하게 모였다 헤어지는 일반 동호회를 선호하는 직원도 있다. 누가 틀린 것도 누가 맞는 것도 아닌, 그저 다른 모습일 뿐이다.

형제자매 없이 자란 외동 세대는 태생적으로 이전 세대에 비해 개인주의적일 수밖에 없다. 자유로움 속에서 자란 MZ 세대가 개인의 취향과 성격을 존중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고 정당하다. 세대 간, 계층 간의 갈등을 풀어내려면 다양성을 인정하고, 수평적 관계를 정착시키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일방적 굴복이나 수직적 지배를 통한 집단주의는 힘을 매개로 한 1차원적이고도 동물적인 관계이다. 하지만 다양성을 전제로 한 공존과 조화는 다차원의 인간적 관계이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배려와 양보, 설득에 더 큰 공력(功力)을 들여야 한다. 돈이든 지위든 지식이든 여유가 많은 쪽에서 더 큰 양보를 해야겠지만, 일방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순간 조화의 균형점이 깨지게 됨도 잊지 말아야 한다.

다른 사람이 같이 살아가야 하는 지구별에는 80억 개의 서로 다른 MBTI가 존재한다. 다름이 어우러져 하나의 평화로운 집단을 이루는 고차원의 방정식 풀어낼 때, 우리는 현명한 인류(호모사피엔스)라고 불릴 자격이 있다… 는 식의 거창함과 비장함까지는 필요 없다. 그저 우리 가정, 나의 직장에서 자그마한 배려를 실행하는 인간이 되고자 함이 새해의 다짐이다.


홍기태 원장(사법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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