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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의 지재공방
필수 의약품에 대한 공중의 접근을 보장하는 강제실시 제도
박성호 교수(한양대 로스쿨)
2023-01-2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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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 코로나 예방·치료제 특허의 강제실시에 대해서 썼다. 특허권자나 자국 제약 산업을 보호하려는 선진국들은 국가 비상사태라는 사유를 들어 강제실시가 너무 쉽게 발동되면 또 다른 감염병의 대유행을 막기 위해 예방·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제약회사들의 의욕을 꺾어버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공중의 건강권 보호라는 공익을 앞세워 사적 권리를 제약하는 것은 예방·치료제 개발 의욕을 좌절시켜 결국 보호하려는 공익 자체를 훼손하게 된다는 논리이다.

문제는 나라마다 경제발전이나 공중보건의 수준이 다르다는 점이다. 감염병 대유행이 국가 비상사태를 초래한 것인지 아닌지를 해당 국가가 아닌 타국에서 왈가왈부하기는 어렵다.

2001년 11월 채택된 ‘트립스 협정과 공중보건에 관한 도하 선언(Doha Declaration)’에서는 회원국에게 어떠한 경우에 강제실시권이 허락되는지 그 사유를 결정할 자유가 있다는 것과 회원국은 무엇이 국가 비상사태인지 결정한 권리를 가진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도하 선언의 핵심은 트립스 협정에서 규정하는 강제실시의 절차조건(condition)을 이행한다면 어떠한 경우에 강제실시를 허락할 것인지 그 실체사유(grounds)를 정하는 것은 각 회원국의 주권 재량에 속하는 것이므로 타국에서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확인한 것이다. 이 선언을 계기로 강제실시는 의약품에 대한 접근을 보장한다는 관점에서 주목받게 되었다(수전 K. 셀 지음/남희섭 옮김, <초국적 기업에 의한 법의 지배 - 지재법의 세계화>, 2009, 246~251면).


도하 선언은 트립스 협정상의 강제실시 절차조건(condition)을 이행한다면 회원국에게 어떤 경우에 강제실시를 허락할 것인 지 그 실체사유(grounds)를 정할 자유가 있다고 확인하였다. 이를 계기로 강제실시는 의약품에 대한 공중의 접근을 보장 한다는 관점에서 주목받게 되었다. 의약품의 ‘개발’을 보호하는 것 못지않게 개발된 의약품의 ‘분배’도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강제실시는 발명의 이용을 도모하는 자연스러운 정책 수단 중 하나였다. 특허 제도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들여다본 사람들은 알고 있다. 미국을 위시하여 오늘날 선진국을 대표하는 나라들이 과거 자국의 유치(幼稚) 산업 발전과 무역 보호를 위해 강제실시 제도를 얼마나 느슨하게 제멋대로 활용해왔었는지를 말이다.

이에 비해 오늘날 강제실시는 필수 의약품에 대한 공중의 접근을 보장하기 위해 주로 발동된다. 오래전부터 백신과 같은 의약품 개발은 팬데믹을 막고 공중보건을 증진하는 차원에서 주로 보건복지 관련 공공재단들이 막대한 규모로 투자하는 공공자금에 의존해왔다(이두갑, “코로나 팬데믹과 백신 특허, 그리고 면역·자본주의”, <과학기술과 사회> 창간호, 2022. 1.). 그럼에도 공중보건 정책보다 상업적 이익을 앞세우는 것은 문제가 많다. 강제실시가 거론되는 이유 중 하나가 높은 의약품 가격 때문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특허법 제1조에서 규정하듯이 특허 제도의 목적은 발명을 보호하고 그 이용을 도모하여 기술발전을 촉진하고 산업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발명의 보호가 중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 이용도 특허 제도의 목적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발명을 보호함으로써 혁신을 촉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혁신의 성과물에 인간이 접근할 수 있어야 그 혁신이란 것도 빛을 발한다.

그러한 점에서 의약품의 ‘개발’을 보호하는 것 못지않게 개발된 의약품의 ‘분배’도 중요하다. 이때 작동되는 것이 바로 강제실시 제도이다. 필수 의약품에 대한 공중의 접근이라는 관점에서 강제실시 제도에 따뜻한 눈빛을 보낼 필요가 있다.


박성호 교수(한양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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