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변호사 업계에 중견 로펌들의 합병 소식이 연달아 전해졌다. 먼저 법무법인 클라스와 한결이 합병을 결정했다. 작년 연말부터 합병 관련 실무 협의를 진행해 온 두 로펌은 16일 합병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올 상반기에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고 한결의 광화문 사무소가 있는 교보빌딩에 통합 사무소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엘케이비앤파트너스와 린도 합병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17일 기준으로 린은 107명, 엘케이비앤파트너스는 66명의 한국변호사를 보유하고 있다. 엘케이비앤파트너스는 송무 분야에, 린은 기업 자문 분야에 높은 전문성을 보여왔다. 합병이 성사되면 변호사 수 170명 이상의 대형로펌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합병을 추진 중인 로펌들은 전문 분야를 강화하며 성장을 거듭해온 곳들이다. 네 곳 모두 2021년 매출 1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여 인사혁신처가 지난해 연말 공개한 '2023년도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 대상 로펌 명단'에도 포함됐다. 경기 침체와 변호사 업계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성장 정체기에 머무르지 않고 더 큰 도약을 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로펌 업계에서는 이들의 합병 추진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몸집 불리기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합병의 결과물인 조직 확장과 인력 보강, 전문 분야 다양화 등이 사건 수임과 변호사 구인 등에 유리해지는 시너지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로펌 합병을 경험했던 변호사들은 시너지 효과가 오래 지속되려면 '화학적 합병'에 성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한 서류상 법인 통합, 즉 '물리적 합병'을 넘어 자연스러운 '원 펌(one firm)'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 5년에서 20년 이상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어온 로펌들의 '살림 합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재무·회계 구조부터 통합 법인 이름, 사무실 위치, 사내 문화 등을 새로이 정하는 과정에서 양쪽 구성원들의 양보와 지속적 소통이 필요해 보인다.
중견로펌들의 합병 시도가 화학적 결합에 성공해 안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들의 융화가 바람직한 선례로 남아 변호사 업계 전체에도 선순환을 가져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