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자율적으로 생성한 발명에 대해 AI를 발명자로 기재하여 특허등록을 받는 것이 가능한지에 관한 ‘다부스(DABUS) 프로젝트’ 기사를 읽었다(법률신문 2023년 1월 12일자 1면, 4면). 해당 기사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몇 가지 살펴본다.
알다시피 ‘다부스’는 스티븐 엘 세일러(Stephen L. Thaler)라는 물리학 박사가 개발한 AI 이름이다. 관심은 2019년부터 세일러 박사가 주장해온 것처럼 ‘다부스’라는 AI가 2건의 발명을 인간의 관여 없이 ‘자율적’으로 수행한 것일까에 모아진다. ‘다부스’의 발명이라고 주장하는 2건은 모두 프랙털과 관련된다. 하나는 프랙털 형상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광원(光源)에 입력하는 신호에 프랙털 차원을 이용한 것이다. 2014년 세일러 박사는 프랙털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적도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적 배경에 주목하여 ‘다부스’가 인간의 관여 없이 자율적 발명을 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현재로서는 AI를 발명자로 인정할 필요가 크지 않다는 견해가 제시된다(권보원,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볼 수 있을까?”, <사법> 제59호 2022. 3.). 더 나아가 세일러 박사가 프랙털에 관한 기술사상을 이용하여 과제를 해결하도록 ‘다부스’에게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AI를 ‘도구’로 이용하여 발명을 한 것으로 추측되므로 세일러 자신을 발명자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견해도 있다(사이토 아유키 외 2인, “AI를 발명자로 하는 특허출원과 그 발명 프로세스에 관한 시론(試論)”, <패턴트> Vol.73 No.10, 2020).
인공지능(AI)이 자율적으로 생성한 발명이라고 주장하면서 AI를 발명자로 하여 특허등록을 받는 것이 가능한지를 시도하는 ‘다부스(DABUS) 프로젝트’의 진정한 의도는, 장차 본격적으로 도래할 AI의 자율적 발명을 특허법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을 포함한 법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촉구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닐까?
흔히 AI와 관련된 발명은 ① 인간이 AI 기술 자체를 창작한 발명, ② 인간이 AI를 ‘도구’로 이용한 발명, ③ AI의 자율적 발명으로 그 유형을 나누어 설명한다. ①②유형은 인간이 발명자인 점에서 차이가 없다.
문제는 ②유형 중 인간이 AI에게 “○○을 만들어”라고 지시하는 경우처럼 인간의 관여가 미미하여 인간을 발명자로 인정할 수 있는 ‘실질적 기여’를 긍정하기 어려운 사안에서 생긴다. 그래서 이를 ③유형의 발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런데 ‘실질적 기여’의 존재 여부와 같은 발명의 창작과정은 당사자밖에 알 수 없는 일이다. 연구노트 같은 것이 제출되지 않는 한 제3자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따라서 ‘실질적 기여’를 인정하기 어려운 문제 상황을 숨기고 ②유형의 발명이라고 주장해도 제3자로서는 그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다.
또 다른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인간이 관여하였음에도 이를 ③유형의 발명으로 분류할 때 생긴다. 발명은 민법상 사실행위에 해당하고 자연인만이 사실행위로서의 발명을 할 수 있다. 현행 특허법 규범체계 아래에서 AI는 발명자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세일러 박사는 자신을 발명자로 하지 않고 구태여 ‘다부스’라는 AI를 발명자로 하여 특허를 받을 가능성이 희박한 ③유형의 험로를 선택한 것일까? 짐작건대 언젠가는 본격적으로 도래할 ③유형의 발명을 특허법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을 포함한 법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다부스 프로젝트’는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박성호 교수(한양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