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사람들이 모이면 꼭 나오는 주제를 꼽으라면 단연 ‘챗지피티(chatGPT)’가 아닐까 싶다. ‘챗지피티’는 오픈 에이아이(OpenAI)’가 공개한 인공지능 챗봇으로, 사람이 자신의 언어로 질문을 입력하면 빠른 시간 내에 척척 답을 만들어 제시한다. 나 역시 장안의 화제라 하니 한번 경험해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챗지피티’를 해 보았다. 챗봇은 단순히 기존의 자료를 열거하는 형태가 아닌 자료를 종합해 나름의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형식이라 참신하게 느껴졌다. 마치 만물박사와 만나 대화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뭔가에 홀린 것처럼 한참을 재미있게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니, 문득 챗봇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다. “너(챗지피티)와 같은 프로그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 세상에 변호사라는 직업은 필요한가?” 회신을 기다리는 짧은 순간 괜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누구나 민감하게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각종 서비스 산업에서 종업원들이 서빙 로봇과 키오스크로 대체되는 것은 이제 일상화되었을 정도이다. 그리고 이러한 AI 기술의 발달은 단순히 인간의 몸이 담당하는 노동력을 대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지적 능력과 언어까지 넘보고 있는 것 같다. 불과 몇 년 전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여러 미래 예측들은 결국 시간문제일 뿐 결국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하나하나 잠식해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러한 AI 기술의 발전은 결국 법률 서비스마저도 완전히 대체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긴다. 특히 판결이나 공소와 같은 공권적 형태의 결정을 내리지 않는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나로서는 이러한 두려움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AI기술 발전은 많은 사람에게 신속한 정보 제공에 좋은 도구
이러한 기술 활용하는 변호사로서 더 좋은 질문을 하고,
기존에 제시된 정답에 비판적 태도를 갖고 사실 검증하며,
새로운 답을 찾아 나가는 통찰력이 더욱 요구될 수 있을 것
그렇다면 변호사는 결국 AI기술과 능력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가 될 것인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법률 서비스와 관련된 AI기술의 발전은 어쩌면 거스를 수 없는 앞으로 더욱 세차게 밀려 들어올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이 아닌가 싶다. 법률 지식의 종합적인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AI기술의 발전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신속하고 더 낮은 가격으로 쓸모 있는 법률 정보를 제공하는 굉장히 좋은 도구인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정보에 항시 접근할 수 있는 이 위대한 기술은 나날이 발전해가면서 우리의 일상을 급속도로 변화시킬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법조 시장에 변화를 가져왔던 것은 지금이 처음은 아니다. 예컨대 법령과 판례에 관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은 누구나 법률 정보에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위와 같은 기술의 발달 속에서 법률 전문가들은 법률 정보를 리서치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결국 좋은 변호사가 갖춰야 되는 능력이란 시대의 흐름에 맞게 기술의 발전에 적응하면서 필요한 역량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고도로 발전된 AI기술과 함께 할 미래의 좋은 변호사란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할지 고민해 본다. AI기술과 경쟁하고 적대시하기보다는, 기술에 앞서나가는 능력을 키우는 변호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왕이면 이러한 AI기술의 장·단점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변호사가 향후에는 더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예컨대 서두에서 언급한 챗지피티는 기존 내용을 광범위하게 종합해 빠르게 답을 보여줘 검색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지만, 동시에 사안의 구체성까지 고려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새로운 질문을 제시할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는 변호사로서는 더 좋은 질문을 하고, 기존에 제시된 정답에 비판적 태도를 갖고 사실을 검증하며, 새로운 답을 찾아 나가는 통찰력이 더욱 요구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변호사는 영원히 배움에 익숙해져야 하는 존재인가보다.
이런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챗봇에게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본다. “변호사가 법무와 관련된 일을 할 때 너(챗지피티)를 어떻게 활용하면 가장 좋을까?"
김정현 변호사 (법무법인 창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