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이어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선거까지 종료함으로써 상호 비방, 고소, 고발, 가처분으로 과열되었던 변호사 단체 선거철이 막을 내리고, 이제 향후 2년을 이끌어갈 새 집행부의 진용이 갖춰졌다.
UN의 ‘변호사의 역할에 관한 기본원칙’은 변호사 단체의 역할을 “전문적 기준과 윤리를 확립하고, 박해와 부적절한 제한 및 침해로부터 회원을 보호하고, 법률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이를 제공하고, 정의와 공익이라는 목표를 위하여 정부 및 다른 기관과 협력하는 것”이라고 명시한다. 1990년에 제정된 국제변호사협회(IBA)의 '법조 직역 독립성 기준'은 변호사 단체의 역할을 보다 구체적으로 11개 항목에 걸쳐 열거하고 있는데, 그 핵심적인 내용은 정의와 법치주의의 수호, 변호사의 명예·긍지·윤리·독립의 보장, 국민의 사법 접근권 향상, 법조인 교육과 변호사의 질적 수준 유지, 변호사의 복리 증진으로 요약할 수 있다. 변호사법이 규정한 ‘변호사 품위 보전, 법률사무의 개선과 발전, 법률문화의 창달, 변호사의 지도 및 감독에 관한 사무’ 또한 같은 맥락이다. 변호사 단체가 단순한 이익집단이 아니라 변호사 선발, 등록, 교육, 징계, 주요 공직 추천 등에서 공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공익적 성격에 기인한다. 새 집행부의 역할 설정 또한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난 선거에서 모든 후보가 내세운 공약은 직역의 수호와 확대였다. 직역 수호는 변호사가 독점하는 법률사무를 인접 직군이 잠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그러나 여러 예외가 이미 존재하는 상태에서, ‘법률사무는 변호사만 할 수 있다’는 명제는 결코 자명한 것이 아니다. 고도의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국민의 권익 보호에 필수적이라는 점이 비교법적, 실증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직역 확대는 업무의 성격상 변호사가 수행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법적, 실무적 이유로 변호사의 업무영역에 속하지 않았던 분야를 발굴하여 변호사 업무로 편입시키는 것이 그 요체다. 이 또한 준법통제의 강화와 국민의 법률서비스 접근권 향상, 법치주의라는 공익적 요청에서 근거를 찾아야 한다.
변호사 소개 플랫폼 문제는 지난 선거 최대의 쟁점이었다. 플랫폼은 변호사 정보의 제공을 통해 이용자의 편익을 향상하는 반면, 변호사를 플랫폼에 종속시킴으로써 변호사의 독립성을 침해할 위험성이 있다. 헌법재판소가 그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잡는 일부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플랫폼을 통한 광고·홍보·소개의 허용범위에 대해서는 일응의 기준이 설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향후 이에 따라 플랫폼을 규제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헌재 결정 전의 행위에 대해서까지 징계를 강행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와 별도로 변협 자체 서비스인 ‘나의 변호사’가 실효적인 정보 제공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더욱 강화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복수 후보의 공약이었던 변호사 비밀유지권 보장, 사내변호사의 법적 지위 강화,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은 법치주의와 당사자의 절차권 확립, 의뢰인 권리 보호를 위해 가장 당위성 있는 과제로서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 한편 지난 선거 공약에서는 인권 정책이 실종되다시피 했는데, 부끄러운 일이다. 선거구호로서는 인권이 인기가 없더라도, 본격적인 정책 설정에서 인권이 후순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설득의 상대방은 동료 변호사가 아니라 국민이다. 이제는 선거용 선명성 대신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정당성을 갖추어야 한다. 변호사 단체의 정치력은 공익의 표방과 추구에서 나온다.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겠지만, 명분을 잃으면 실리도 없다.
한애라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