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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신(新)과 함께
[법의 신(新)과 함께] 이기려고 하지 마라
정지웅 변호사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2023-02-13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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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6일 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 회장에 당선되었다. 후보등록부터 당선까지 한달이 걸렸다. 갑작스런 출마였다. 선배 변호사님의 출마를 돕고 있었는데, 후보등록을 앞두고 출마를 접으시게 되면서 상대 후보님의 단독입후보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주변분들의 추천과 권유로 등록 마감일 하루 전에 겨우 후보등록을 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 가르침을 주시는 변호사님께 선거에 출마한다고 말씀드리니, “이기려고 하지 마라. 표심을 얻으려고 하지 말고 인심을 얻어라”는 말씀을 주셨다. 사람이 할 수 있는 만큼의 도리까지만 하자고 다짐했다.

필자에게는 딱 10일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입후보 구비서류를 준비하고, 공약을 준비하고, 사진을 찍고, 선거공보물을 제작할 업체를 찾고, 475명의 회원분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였다. 시간이 부족하였지만 어느 지방변호사회에서 보더라도 품격 있는 공보물을 만들려고 했다. 공약도 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의 현안을 반영하여 꼼꼼하게 다듬었다.

1월 12일 회장 선거에서 136대 136이라는 사상 초유의 동률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선거 당일 정견발표를 하러 가면서 “당선되면 회장으로 봉사할 수 있게 되어서 좋고, 낙선하면 자유롭게 변호사 활동할 수 있으니 좋다.”라는 편안한 심정으로 투표장으로 향했다. 마음이 반반이어서 그랬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경우의 수’인 무승부가 나와 버렸다. 선거운동에 모든 힘을 다 써버렸는데, 약 한 달의 선거운동 기간이 다시 시작되었다. 군대 제대하는 날 다시 입대하는 심정이었다.

표심을 얻으려고 하지 말고 인심을 얻어라
사람이 할 수 있는 만큼의 도리까지만 하자


필자는 합기도(合氣道, AIKIDO) 수련을 한다. 합기도에서 합기(合氣) 상태는 강한 힘과 힘이 팽팽하게 맞선 상태를 말한다. 이런 합기상태를 유지한 채 살짝 힘을 빼면서 힘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유도하면 상대는 스스로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균형을 잃으면서 쓰러지게 된다. 오랜 수련을 거친 왜소한 할머니와의 대련에서 힘세고 큰 체격의 상대방이 넘어지는 광경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라게 된다. 아이키도 수련을 1년 넘게 하면서 약한 사람도 강한 사람을 이길 수 있다는 원리를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136대 136이라는 사상 초유의 동점은 명백한 합기(合氣) 상태로 보였다.

우리나라 정치가 진영에 따라서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지만 현실이고, 대한변협 선거가 너무 과열되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필자는 떨어지더라도 절대로 네거티브 선거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선거 기간 내내 포지티브 선거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네거티브의 유혹이 계속 마음속에서 올라왔지만, 주변의 지혜로운 변호사님들께서 네거티브는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씀으로 말려주셨다.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거나 공격하지 아니 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로 선거에 임한 것이 역설적으로 유권자들의 인심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선거 마지막 메시지는 필자의 ‘실패의 이력서’였다. “살아오면서 수많은 실패를 겪어온 저이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삶의 모든 지혜와 역량을 우리 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의 화합과 통합을 위해 쏟아붓겠습니다.” 선거 마지막 메시지로 후보자 개인의 실패의 이력을 고백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무모한 선거전략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후보자 개인의 진면목을 꾸미지 아니하고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스스로의 힘을 완전히 빼버렸다. 결과적으로 힘을 빼버린 것이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네거티브를 하나도 하지 아니하고도 이길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약한 사람들이 여러 분야에서 이겼다는 소식을 많이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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