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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광장
전자 증거 압수수색에 있어서 사전규제의 문제점
김영미 부장검사 (법무연수원 기획과장)
2023-02-16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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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올해 2. 3. 형사소송규칙을 개정하겠다고 입법 예고를 하면서 바로 올해 6. 1.부터 시행하겠다고 했다. 상당한 논쟁이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데 학계, 검찰, 경찰, 변호사 등 관계 기관과 충분한 논의가 없이 이루어져 매우 우려스러운 마음이다. 법원이 고민하고 우려했던 부분은 충분히 공감이 가나, 그러한 개정 방향이 그 우려를 불식시키는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방향인지는 의문이다.

그 중 우선적으로는 수사기관이 전자 정보에 관한 압수수색영장을 기재할 때 어느 저장매체에 그것이 있다는 것인지 특정하고, 분석에 사용할 검색어, 검색대상기간 등 집행계획을 기재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 문제 제기가 필요해 보인다.

대법원 재판제도분과위원회 ‘전자증거에 관한 압수수색 실무 개선방안’의 논의를 살펴보면, 결국 개정안의 방향은 전자증거를 수색, 압수함에 있어서 너무나 많은 사생활 정보, 별건 범죄사실을 수사기관이 모두 확인하고 이를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통제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 우려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특히 휴대전화는 손 안의 작은 컴퓨터로서, 개인의 삶이 모두 투영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수사기관이 범죄사실과 관련된 것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영장 범죄사실과 관련되지 아니한 정보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자정보의 특성 상 클릭하여 열어보지 않고는 그 내용을 파일명, 검색어 등으로는 쉽게 예단할 수 없다. 우리가 살인의 증거를 찾기 위해서는 범죄자의 집을 샅샅이 뒤져 범행도구인 칼을 찾아내야 하는 것처럼, 특정 범죄의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전자정보에 대한 꼼꼼한 수색이 필수적이다. 게다가 은닉어 등으로 내용이 숨겨져 있을 경우 상당한 분석 뒤에야 확인이 가능하다.

압수수색은 수사 초기에 범죄혐의가 있어 증거물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구체적 범죄사실이 정교하게 특정되어 있지 아니하고, 현장에서 어떤 형태의 증거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절대 다수이다. 범죄의 증거가 어떤 형태로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아니한 영장 청구 단계에서 단순히 임의로 생각해낸 몇 개의 검색어나 작성기간 등만으로 집행방법을 쉽게 한정할 수 없는 이유이다. 작성기간조차 쉽게 변작될 수 있다. 꼼꼼한 분석만이 제대로 된 증거를 찾을 수 있다.

방대한 전자 증거 속에서 혐의사실과 관련된 것을 현장 책임자, 관련자들과 협의하여 다양한 검색어, 기간 설정 등을 입력하여 최대한 신속하고 꼼꼼하게 압수수색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 실무이다.

개정규칙은 이러한 압수수색의 본질, 전자증거의 특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 정보는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그러나 이를 제한할 만큼 범죄혐의가 있어 강제처분인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사안이라면 개인의 권리와 자유는 제한될 수 밖에 없다. 강제수사의 존재 이유이다.

수색을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 그래서 불완전한 수색을 하도록 하는 것은 실체진실발견과 적법절차 준수를 통한 형사소송의 본질에도 맞지 아니한다. 오히려 전혀 엉뚱한 별건 수사를 벌이거나 개인의 사생활을 알게 된 것을 빌미로 회유, 협박하여 수사를 하는 것에 대처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위와 같은 수사로 확보한 증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나 회유, 협박에 의한 자백 등을 배제하는 법칙이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일부 판사들이 영장에 사전규제(ex ante restriction)를 첨부하여 논란이 있다. 미국에서도 위와 같은 구체적 제한이 수색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문제 제기와 비판이 있어 제도화되어 있지 아니하다. 미국은 우연한 발견의 법칙(Plain View Doctrine)이 적용되어 광범위하게 압수를 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우리와 결이 다른 부분이다. 미국은 우연한 발견의 법칙이 인정되기 때문에 압수수색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한 범죄에 대해서는 바로 압수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위 원칙의 적용이 없어, 수사기관이 별건 범죄사실과 관련된 증거를 압수수색해야 할 필요가 있으나 영장 청구부터 발부, 집행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소요되고, 그 사이 피의자가 이를 모두 폐기 처분하여도 그에 대한 아무런 책임도 물을 수 없다.

또한 미국 법원에서는 ‘포렌식 과정은 직관과 현장에서의 판단을 매우 요구하는 것이어서 예를 들어 키워드로 수색의 범위를 제한한다면, 영장 범위에 들어가는 수많은 종류의 파일들을 찾아낼 수 없게 될 것이다’라고 한 바도 있다.[1]

[각주1] United States v. Brooks, 427 F.3d b1246, 1252 (10th Cir. 2005)

키워드로 걸러낼 수 없는 파일 형식이 있으며, 사건 관계자들이 어떤 단어로 범죄 사실을 의미하여 사용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하나 하나 일일이 분석하지 않고 키워드 등으로 수색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실체 진실 발견을 저해한다할 것이다. 대표적 미국 법률 검색 사이트인 'westlaw' 또한 키워드 검색만으로 원하는 것을 정확히 찾아낼 수 없는 경우가 많은 것과 같다.

미국의 경우 수색은 수정 헌법 제4조[2]를 준수하여 해야 하고, 후에 법원이 그 수색이 수정헌법 제4조가 규정하는 ‘reasonable’한 것이었는지 결국 판단하기 때문에 법원이 포렌식 방법까지 규제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각주2] 미국 수정 헌법 제4조 - 불합리한 압수와 수색에 대하여 신체, 주거, 서류, 물건의 안전을 확보할 국민의 권리는 침해되어서는 아니된다. 선서나 확약에 의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유가 있어 특별히 수색할 장소와 압수할 물건, 체포·구속할 사람을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영장은 발부되어서는 아니된다.

한편으로 법원이 검색어, 검색방법 등을 기재까지 하여 영장을 발부하는 것에 대하여 수사의 영역에 법원이 관여하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규문주의의 부활로 우려할 지점이다.

법원은 수사를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영장 발부, 기각을 통해 통제를 하여야 한다. 범죄의 중대성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비례의 원칙 등을 진지하게 고민하여 영장 발부, 기각을 결정하는 것이지 특정 방법의 수사만 가능하다고 지시하는 것은 사법부의 역할과 기능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특정 방법으로만 수색을 하라는 것은 실체진실 발견을 오도하게 될 우려가 매우 크고 사법부의 의도를 의심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사법부의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매우 높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별건 수사의 위험은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으로 해결하는 것이 선진법제의 추세이며 이것이 바람직하다. 수색과 압수의 범위를 벗어난 증거는 궁극적으로 증거로 사용하지 못 하는 것이 실질적 통제이기 때문이다. 영장 발부 여부 결정에서도 피의자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범죄의 중대성을 비교형량하여 본말이 전도된 수사, 과잉 수사에 대한 통제를 함이 상당하다. 우리 법원이 종종 압수수색 영장은 모두 발부하면서 결국 법정에서 그것은 적법한 압수가 아니었다는 식의 판단을 내리는 것 또한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또한 영장 기각 사유에 대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설시도 필요하다. 법원이 납득할 수 있는 사유로 영장 발부와 기각을 해야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 또한 수사의 중대성, 비례의 원칙에 대한 끊임없는 진지한 고민과 절제하는 수사 태도를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 모든 논의의 출발점은 무분별하고 과잉된, 비례의 원칙을 준수하지 못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의심으로부터 비롯되어 수사기관이 신뢰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사법제도의 개정을 위해서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미국에서는 디지털 증거 법제 표준을 세우기 위한 의견 수렴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다. 사법부의 한 축만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제도 개선은 바람직하지도 합리적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충분한 토론을 통한 성숙한 제도 개선을 기대해 본다.


김영미 부장검사 (법무연수원 기획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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