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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신(新)과 함께
[법의 신(新)과 함께] 불구속 피고인은 누가 보상해 주나
류인규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시월)
2023-02-2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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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한 남성이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판결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았다.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가 재판을 통해 무죄가 밝혀지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소추관과 재판관이 분리된 근대 형사사법 체계 하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필자의 눈을 끈 것은 무죄라는 결론이 아니라, ‘사건 발생일’이었다. 해당 사건은 2020년 11월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의 당사자는 2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수사와 재판을 받아온 것이다. 형사 재판의 피고인이 된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정신적 고통을 수반한다. 판사가 어떻게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내 인생 전체가 좌우되는 상황에서 수년을 보낸다고 생각해 보라. 과연 온전한 심리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실제로 필자의 의뢰인 중에는 재판을 받으면서 스트레스로 체중이 10킬로 이상 줄어들었거나 암 등의 병을 얻게 된 경우가 적지 않다. 심리적 고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재판을 준비하고 출석하기 위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평일 낮에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매달 휴가를 내야 하는 상황을 배려해 주는 직장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런데 수년간의 재판을 거쳐 건강과 재산을 빼앗긴 이들에 대하여 제대로 된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그나마 구속피고인에 대하여는 형사보상법에 따라 1개월당 1000만 원가량의 보상이 이루어지지만, 불구속 피고인에게는 기껏해야 출석일당과 변호사 비용 중 일부가 보상될 뿐이다. 출석일당은 5만 원을 기준으로 하고 있고, 변호사 보수는 최대 225만 원을 한도로 보상해 주고 있다. 황당할 정도로 적은 금액이다. 이런 보상금을 받아 든 피고인은 어떤 생각이 들까? 보상금액은 최소한 당사자가 “이 정도 돈을 보상해 준다면 더 이상 억울하지는 않다”고 느낄 정도의 금액은 되어야 한다. 보상금의 항목 및 금액을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사건 조금 복잡하다 싶으면 1심에만 1년 이상 소요
무죄 판결 받아도 보상금은 황당할 정도로 적어
피고인 고통 가중시키는 ‘재판의 장기화’ 막아야


보상금을 늘리는 예산이 부담된다면,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형사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재판의 장기화’이다. 불구속 피고인의 경우, 사건이 조금 복잡하다 싶으면 1심 판결에만 1년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검사와 판사는 별 뜻 없이 “그럼 그 부분 검토를 위해 한 기일 더 진행하죠”, “증인을 한 번만 더 소환해 보지요”, “다음 달은 인사이동이 있으니 그다음 달로 기일을 잡죠”라고 이야기하지만 피고인은 하루하루 피가 말라간다.

사실 형사소송법에는 ‘연일개정’, ‘즉일선고’라는 원칙이 있다. 재판을 하루에 마치지 못하면 그다음 날 이어서 하여야 하며(제267조의2), 판결의 선고는 변론종결일 당일에 해야 한다(318조의4)는 원칙이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이 원칙들은 가볍게 무시되고 있다. 물론 재판업무의 과중함으로 인해 이를 지키기 어려운 현실적 고충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민사소송에서 활용되고 있는 영상재판 등의 기술을 활용해 신속하고 간이하게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 뒤,공판기일은 앞뒤로 넉넉한 시간을 안배하여 최대한 한두 번의 재판으로 절차가 마쳐질 수 있도록 하는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법관은 일상적으로 수많은 재판을 진행하기에 피고인들이 재판을 받으면서 받는 고통에 둔감하게 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사법농단’ 사건으로 인해 다수의 법관들이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되면서 이들이 ‘재판의 장기화’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였다는 점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특히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4년 넘게 진행되는 1심 재판에 대해 많은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이런 목소리가 법원이 피고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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