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는 ‘지재법 전문가를 꿈꾸는 미래의 법률가’라는 주제에 대해 썼다. 문제는 로스쿨 시절에는 별 생각이 없다가 법률가가 된 이후 지재법에 관심이 생긴 경우이다. 막연히 전도유망하다고 생각해서, 혹은 로펌이나 사내 변호사로 맡은 업무가 지재법 사건이라서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지재법이 진정한 관심분야인지 판별하는 일이다. 흥미를 느끼고 또 잘 할 수 있는 분야인지 따져 보아야 한다. 지재법에 늘 민감해서 조금만 의심스러워도 다시 확인하고, 또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지겨움’보다 ‘즐거움’이 앞서는지를 자문(自問)해 보아야 한다.
물론 판별작업은 오래 걸리고 모호할 수조차 있다. 가령 우연히 업무를 하다 보니 지재법 사건을 20건 이상 처리하고 업무상 필요해서 관련 연수까지 받은 경우를 생각해 보자. 대한변협의 ‘변호사 전문분야 등록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등록요건을 갖추었으면 전문분야 등록신청을 할 수 있고, 심사를 통과하면 ‘지적재산권법 전문 변호사’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이때 재차 되물어 보아야 한다. 지재법 전문가로서 자신의 최선을 다른 지재법 전문가의 최선과 맞바꿀 수 있는지 말이다. 이는 우연히 발을 들여놓았지만 지재법에 관한 전문지식을 심화시켜 전문가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확인하는 절차이다.
그러한 의지를 실천하는 방안 중 하나가 대학원 박사과정 진학이다. 이때도 유의할 점이 있다.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명확히 인식하고 그 부족함을 메울 방안으로 대학원 진학을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학위 취득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만 가지고 진학하면 시간과 돈을 들이고서도 방향을 잃고 표류하기 십상이다. ‘배움’의 내용보다 ‘학위’라는 형식에 얽매이면 그렇게 된다. 우리 주위의 내공을 갖춘 다수의 지재법 전문 법률가들은 학위와 무관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끝으로 어느 정도 공부 성과가 쌓이면 대한변협 학술지 <인권과 정의>나 <법률신문> 등의 전문지에 지재법에 관한 글을 발표하는 것이 좋다. 글을 쓰는 것은 전문성을 심화시키는 방안 중 하나이다. 글을 쓰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저작권법 전문 변호사로 이름이 높던 한승헌 변호사, 특허법 전문가로 유명한 김인섭 변호사나 송영식 변호사 등은 1970년대 후반부터 <법률신문>이나 <인권과 정의> 등에 자신들의 연구 성과를 글로 엮어 발표하였다.
과거 선배들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현재의 지재법 전문 법률가들도 미래의 후배들을 위해 자신이 공부한 성과를 글로 남기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무릇 전문가란 과거를 토대로 미래를 의식하면서 끊임없이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박성호 교수(한양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