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를 둘러싸고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과거에도 정치인의 구속과 관련하여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둘러싼 논란은 있었지만 지금과 같이 논란이 된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정치권에서는 당사자에 대하여 불체포특권의 포기를 요구하기도 하고,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결단을 기대한다고 하기도 하며, 반대로 불체포특권은 이런 때에 쓰라고 있는 것이라며 불체포특권의 행사는 정의로운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17세기 영국에서 도입된 그 연원에서 알 수 있듯이 행정부로부터 의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제도로서 의회에 대한 행정부의 부당한 압박을 방지하고 행정부의 전횡에 맞서 의회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 기능을 보장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여기에는 곧 삼권분립의 원리와 이를 통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 정신이 구현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결코 국회의원 개인에게 부여하는 특권이 아니다. 만약 불체포특권이 국회의원 개인의 특권이라면 이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는 헌법 제11조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 개인이 향유하는 특권이 아니므로 국회의원 개인이 이를 행사하거나 포기할 권리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국회의원에 대해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아니하며, 회기 전에 체포·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이 아닌 이상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석방되도록 규정하고 있는 헌법 규정 자체에서도 불체포특권은 국회가 가지는 그 소속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 여부의 동의 권한이지 국회의원 개인이 행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님은 명확하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국회의원 개인에게 불체포특권의 포기를 요구하거나, 반대로 국회의원 개인의 불체포특권 행사가 정당하다고 하는 것은 모두 옳지 못하다.
불체포특권의 본질은 국회의 동의 권한이다. 국회의 동의는 해당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가 국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인지, 국회가 가지는 행정부 견제기능에 지장을 초래하게 되는 것인지 여부를 따져 판단하면 된다. 이와 같은 판단은 국회를 구성하는 국회의원들의 양심에 기초한 자유로운 판단과 표결을 통해 국회의 집단적 의사결정으로 이루어져 나타나면 되는 것이지 개별 정당의 의사 결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도 과거에 비해 점점 불편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공정과 상식, 투명성에 민감한 세대는 불체포특권을 둘러싼 편향적 논란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며, 불체포특권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 가지는 제도적 취지를 고려하여 불체포특권을 유지하더라도 국회법에 불체포특권의 범위와 한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등 합리적 조정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라는 시대에 맞지 않는 용어를 폐기하고 ‘국회의 체포동의권’으로 그 개념과 성격을 명확히 하는 것이 소모적인 논란을 해소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이상철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