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를 알 수 있는 판결이 나왔다. 위메이드 사가 발행한 위믹스 코인에 대해 가상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인 닥사(DAXA)에서 상장폐지 결정을 했는데, 위메이드에서 이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상장폐지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다. 이에대해 법원은 거래소들의 상장폐지 결정에 하자가 없다고 보아 기각 결정을 했다. 그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위메이드에서 항고심을 취하했지만 이와 관련된 추가 판결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상장폐지여부 결정에 대해 거래소의 상당한 재량을 인정했다. 거래소는 공적 주체가 아니므로 닥사가 임의로 상장폐지 결정을 한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다툼이 있었는데, 거래소가 사적 경제주체이기는 하나 가상자산 거래의 투명성·안정성 및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점, 발행인과 체결한 계약서나 이용약관 등에서 가상자산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등 투자자 보호책임을 다할 것임을 밝히고 있는 점 등을 들어 거래소의 판단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가상자산 거래시장에서 '유통량'을 매우 중요한 정보로 판단했다. 가상자산은 그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어렵고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므로 투자판단에 있어서 유통량이 매우 중요한 정보라고 해석했다. 또한 발행인이 계획된 유통량을 초과하여 가상자산을 유통시킨다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반면에 투자자들은 그에 따른 시세하락의 피해를 보게 되므로 발행인이 제공하는 유통량 정보의 정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여 볼 때, 발행인은 유통량을 정확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상장시 계획한 유통량을 위반하고 이를 거래소에 소명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유통량을 변경한 것은 충분한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 사유가 된다고 해석했다.
판결 내용을 종합해보면 발행인은 상장시 거래소와의 협의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유통량 계획서를 제출하고 공시를 통해 지속적으로 유통량을 알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상장 이후 거래소는 이러한 유통량의 통제가 잘 수행되고 있는지를 관리·감독하여야 한다. 발행인은 거래소의 관련 요구에 대해 정확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정리하다보니 조금은 아쉬움 마음이 든다. 우리가 처음 가상자산의 세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여전히 누군지 알려지지 않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천재가 만든 비트코인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기준이라면 발행인을 알 수 없는 이 코인은 거래소에 상장이라도 될 수 있었을까? 아마 유통량을 알릴 주체도 거래소의 요구에 소명할 책임이 있는 자도 없었을 테니 상장자체가 불가능하다. 거래소에서 거래조차 할 수 없는 코인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상장시 거래소와 협의한 내용에 따른 엄격한 통제를 받는 코인이라면 이미 세상에 있는 수많은 포인트들과 어떠한 차별성이 있는 것일까? 어쩌면 협의상장만 가능하게 흘러가는 현재의 상황은 획기적인 가상자산의 등장을 막게 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생긴다. 새로운 산업에 대해서는 그 규제도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발상 안에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정세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