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이 실거주 목적으로 임대차 계약의 갱신을 거절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상황에서 임차인은 임대인의 말을 그대로 신뢰했을 뿐인데, 이 같은 신뢰가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은 조금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법률신문은 최근 임대인이 실거주 목적으로 기존 임차인에게 임대차 계약의 갱신 거절을 통보해 놓고 이후 다른 임차인과 새 임대차 계약을 맺었더라도 기존 임차인이 계약 갱신 요구 자체를 하지 않았다면 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에 따라 임대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는 없다는 판결 내용을 보도했다.
위 발언은 이 사건에서 원고(임차인)를 대리한 변호사가 한 말이다. 그는 주위적 청구인 주택임대차법 제6조의3 제5항에 따른 손해배상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대해선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별도로 계약갱신을 요구할 법률상 실익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다만 예비적 청구로 임대인이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며 일부승소를 끌어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에는 유사한 사안에서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명시적으로 임대차 계약 갱신 거절 의사를 먼저 밝힌 경우 임차인이 계약갱신 요구를 하지 않았더라도 주택임대차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1심 판결이 있었다.
이처럼 최근 하급심에선 주택임대차법 제6조의3을 두고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다. 법조에선 유사한 사안에 대해 하급심마다 판단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인과 분쟁에 빠진 임차인 측을 주로 대리하는 변호사 사이에선 "주택임대차법 규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재판부의 해석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변호사는 "주택임대차법 개정 이후 관련 사건들이 다수 생기는 상황"이라며 "어느 것이 더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선 대법원의 판단으로 정리가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차인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주택임대차법이 개정된 이후 임대차 계약 갱신을 둘러싼 분쟁은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하급심 재판부가 엇갈리는 판결을 내놓는다면 임차인 보호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조속한 해법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