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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광장] 법조항에서 전단/후단과 전문/후문
양창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3-03-09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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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법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법 과목의 시험을 볼 때는 자기 논변의 근거가 되는 법조항을 인용하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하곤 했다. 법적 주장은 항상 그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 불가결의 요소인데(우리 법학방법론에서 애용되는 독일어로는 Begründungszwang[이유강제], 여기서 '이유'로서는 실정의 법규정이 맨 앞머리에 온다. 그리고 법조항의 인용에 있어서는 그것이 여러 개의 문장으로 되어 있으면 그 여럿 중 어느 것을 가리키는지 정확하게 지시하여야 한다는 것도 강조하였다. 예를 들어 '수임인의 보수청구권'을 규정하는 민법 제686조라고 하면, 제1항부터 제3항 중에서 어느 것인지, 그리고 제2항이라면 그 본문인지 단서인지를 밝혀야 하고, 막연히 민법 제686조라고만 하는 것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실정 법조항의 지시와 관련하여 내가 평소에 느끼던 석연하지 않은 점을 여기서 밝혀볼까 한다. 그것은 하나의 조 또는 항이 여러 개의 문장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 그 각각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민법전을 보면, 조 또는 항이 두 개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에 앞의 것은 전단(前段), 뒤의 것은 후단(後段)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제918조는 4개의 항으로 되어 있는데, 그 제4항은 민법의 다른 법조항 여럿을 '준용한다'고 정한다. 그 중에는 '제25조 전단'이 있다. 제25조로 가 보면, 동조는 두 개의 문장으로 되어 있으니 위의 '제25조 전단'은 그 앞에 나오는 "법원이 선임한 재산관리인이…" 운운하는 법규정 명제를 가리킴은 물론이다. 그리고 제1038조 제2항은 "제1항 전단의 경우에"로 시작하는 것이다. 또 조합에 관한 제722조는 "청산인이 수인인 때에는 제706조 제2항 후단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하여, "업무집행자 수인인 때에는 그 과반수로써 결정한다"는 법규정 부분을 준용한다(참고로 말하면, 민법을 공포하는 1958년['단기 4291년'] 2월 22일의 관보에도 이 부분은 '업무집행자' 다음에 조사(助詞)가 붙어 있지 않고, 이는 민법안 제698조 제2항 후단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상은 상법에서도 다름이 없다. 예를 들면 상법 제340조의5는 주식매수청구권의 행사로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에 대하여 준용하는 상법 규정으로 제350조 제3항 '후단'과 제516조의10 '전단'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한편 조 또는 항이 두 개의 문장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위와 같이 전단/후단 외에 다 잘 알고 있는 대로 본문/단서도 행하여지고 있다. 예를 들면, 이른바 불안의 항변권을 정하고 있는 제536조 제2항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먼저 이행하여야 할 경우에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전항 본문과 같다"고 정한다. 그리고 그 제1항 중 두번째 문장은 "그러나 상대방의 채무가 변제기에 있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본문/단서는 "그러나" 또는 "다만" 등으로 시작하여서 앞에 나온 문장("본문")을 제한(넓은 의미에서)하는 내용인 경우에 사용되는 법조항에서의 '공식(公式)' 용어이다. 이상의 전단/후단 및 본문/단서에 대하여는 법제처에서 2022년 12월에 발간된 『법령 입안 심사 기준 2022』에서도 그대로 인정되고 있다([링크]를 찾아보라).


하나의 조 또는 항이 여러 개의 문장으로 되어 있는 경우 그 각각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가. 민법전을 보면, 앞의 것은 전단(前段), 뒤의 것은 후단(後段)이라고 한다. 상법도 다름이 없다. 그런데 대법원 규칙, 판결 등을 보면 대법원은 다른 법령에서 일반적으로 채택되고 있는 전단/후단의 사용을 꺼려 의도적으로 전문(前文)/후문(後文)을 사용하는 듯하다. 통일적인 기준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법원은 법제처 등과 논의하여 우선 전단/후단·전문/후문의 틈부터 메워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하나의 조 또는 항이 세 개의 문장으로 되어 있으면 어떤가? 이때는 전단/중단/후단이라고 하여야 하나? 네 개의 문장으로 되어 있으면? 이때는 돌연 제1단/제2단/제3단/제4단인가? 법제처의 「국가법령정보센터」 사이트에 들어가서 검색하여 보면, 현행 법령 중에는 제3단이나 제4단 등의 용어를 쓴 경우는 전혀 없다고 한다. 이것은 제3문이나 제4문 등도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법령에 셋 이상의 문장으로 된 조항에서 그 중 어느 하나의 문장을 가리켜야 하는 일이 앞으로도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러한 경우에 원단/형단/이단/정단 또는 동단/서단/남단/북단이라고 할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규칙, 특히 어느 시기 이후의 그것에는 위와 같은 전단/후단의 용어는 아예 채택되어 있지 않은 듯도 하다. 예를 들어 민사소송규칙 제85조 제2항은 괄호 안에 "[비송사건절차법] 제248조 제3항 후문"이라고 하지, "… 후단"이라고 하지 않는다(이는 형사소송규칙 제68조의3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또 민사집행규칙에서도 매우 많은 규정이 전문 또는 후문으로 인용되고 있다. 예를 하나만 들면, 저당권이전등기 등의 촉탁에 관한 제167조 제5항은 "제4항의 규정에 따른 촉탁비용은 그 전문의 경우에는 채무자가, 그 후문의 경우에는 압류채권자가 각기 부담한다"고 정한다.

나아가 예를 들면 최근의 대법원 2022년 11월 30일 선고 2021다287171판결(판례공보 2023년, 138면)은 "배당이의의 소 수소법원이 피고에 대한 배당액을 삭제하면서 채권자인 원고가 배당받을 금액을 정하지 않고 배당표를 다시 만들고 다른 배당절차를 밟도록 명한 경우에는" 운운하면서 괄호 안에 '민사집행법 제157조 후문'이라고 적고 있다(140면). 그리고 그 전에 대법원 2021년 10월 28일 선고 2016다248325판결(판례공보 2021년 하권, 2229면)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괄호 안에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의 '제11조 단서 후문'을 인용하고 있다. 아마도 대법원은 다른 법령에서 일반적으로 채택되고 있는 전단/후단의 사용을 꺼려서 의도적으로 전문(前文)/후문(後文)을 사용하는 듯하다.

이 기회에 덧붙이자면, 하나의 문장 안에서도 여러 가지의 '경우'가 나누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민법 제674조의5는 '대금의 지급시기'라는 표제 아래 "여행자는 약정한 시기에 대금을 지급하여야 하며, 그 시기의 약정이 없으면 관습에 따르고, 관습이 없으면 여행의 종료 후 지체 없이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약정 → 관습 → '종료 후 지체 없이'의 3단 구성을 보인다. 여행대금의 지급시기에 관하여 약정도 없고 관습도 없는 경우에 그에 해결을 주는 저 마지막 부분은 과연 무엇이라고 지칭하여야 할까? 아마 독일민법 같았으면 이것을 제674조의5 제3경우(der dritter Fall)라고 하지 않았을까?

말이 나왔으니까 더 나아가면, 나는 『독일민법전』을 번역·출간하였다. 독일민법에서는 아예 제1문, 제2문(Satz 1, Satz 2) 등의 용어를 사용한다. 예를 들면 할부거래에 관한 제507조의 제2항은 마침표로 끝나는 5개의 문장이 있으니, 그 각각을 제1문, 제2문 등으로 부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 마침표로 끝나는 문장 안에 세미콜론(;)으로 연결되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 경우에는 그 각각을 Halbsatz라고 부른다(예를 들면 위 제507조의 제1항 제1문. 나는 그러한 경우에 전단/후단의 역어를 썼다).

이상에서 본 문제들에 대하여 통일적인 기준이 마련되기를 기대하여 본다. 이제부터라도 법원은 법제처 등과 논의하여 우선 전단/후단·전문/후문의 틈부터 메워야 하지 않을까?


양창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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