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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조인대관
김지형의 추상과 구상
리더의 ‘미션’
김지형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지평·전 대법관)
2023-03-09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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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죽음을 앞두고 ‘좀 더 일했어야 하는데’라며 후회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다른 사람을 좀 더 배려했더라면… 좀 더 많이 사랑하고 좀 더 마음을 썼더라면…’하고 뒤늦게 깨닫고 후회한다는 것이다. 헤럴드 쿠시너의 말이다.

#관계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산다. 관계는 종종 갈등을 낳는다. 얽힌 갈등을 현명하게 풀어내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의 가치는 타인과의 관계에 의해서만 측정될 수 있다.”라고 니체가 말했다던가.

#제나라 선왕

책에서 읽은『맹자』의 고사 하나. 맹자가 아주 인자한 왕으로 알려진 제나라 선왕(宣王)을 찾아갔다. 어떤 소문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소문은 이런 것이었다. 선왕이 행차 길에 소를 끌고 가는 신하를 보고 물었다. “그 소를 어디로 끌고 가느냐?” “흔종(釁鍾)하러 갑니다.” 흔종의 ‘흔’은 ‘피 바를 흔’이다. 흔종은 종을 새로 주조하면 소를 죽여 목에서 나오는 피를 종에 바르는 의식이다. 소는 제물로 끌려가고 있었다. 그 소가 벌벌 떨며 눈물을 흘렸다. 그것을 본 선왕이 신하에게 말했다. “그 소를 놓아주어라.” “그럼 흔종을 하지 말까요?” “흔종을 어찌 없앨 수 있겠느냐, 양(羊)으로 해라.”

#이양역지

맹자가 선왕에게 이 소문이 맞는지 물었다. 선왕이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자 맹자가 다시, 왜 그렇게 했는지 물었다. 벌벌 떨면서 죄 없이 사지로 끌려가는 소가 불쌍해서 그랬다고 한다. 맹자가 되물었다. “그럼 양은 불쌍하지 않습니까?” 선왕이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맹자가 선왕 자신도 모르는 이유를 말해주었다. “왕께서 소를 양으로 바꾼 이유는, 양은 보지 못했고 소는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맹자가 내린 해석이다. 이것을 두고 이양역지(以羊易之) 고사라고 한다.

#만남

그래, 소통이다.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가 천 가지, 만 가지 있어도 해결에 이르는 길은 단 한 가지, 소통이다. 소통은 당위이니, 문제의 처음이자 마지막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다. 소통은 만남에서 시작한다. 만나지 않고 소통할 수는 없다. 만나는 것과 만나지 않는 것이 생사를 가를 만큼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아차리라는 것이 이양역지의 고사 풀이 아닐까?

#간격

삼성준법감시위원회에 참여했을 때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과제로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권고하면서 이 고사를 인용했다. 이런 이야기도 덧붙였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 간격을 인정하고 상대에 대해 더 많이 알려고 내가 먼저 한 걸음 더 다가가서 말을 건네는 것, 그것이 진정한 소통이다.

#사례

낯선 상대와 얼굴을 마주하고 말을 나누는 것,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상대가 나와 생각이 같지 않을 때는 무척 힘들고 때론 고통스럽다. 그러나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바로 그 때문에라도 소통이 더욱 필요하다. 어느 대통령 이야기다. 그가 대통령 관저에서 보낸 만찬 시간의 대부분은 적대적이거나 비판적인 인사를 깍듯이 초청해서 의견을 듣는 비공개 일정으로 채워졌다고 한다. 불편한 상대를 먼저 불러 만났다, 상대의 말을 먼저 경청했다, 여기에 방점이 있다. 17세기 스페인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사람을 얻는 지혜》에서 ‘악의를 가진 잠재적인 적에게 호의를 베풀라’고 한 조언은 지금도 그대로 유효하다. 이 책은 400년 넘게 베스트셀러다.

#촉매

미리 결론을 갖고 만나거나, 문제를 푸는 열쇠가 하나만 있다고 고집하는 것은 소통과 거리가 멀다. 정답이 있어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을 해서 정답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통 그 자체가 문제를 푸는 열쇠다. 둘이서 하기 어렵다면 거들어줄 만한 제3의 누군가가 있으면 좋을 것이다. 이런 촉매 역할을 할 조정자나 중재자는 그때그때 구하기보다 제도나 절차 등 시스템으로 상비하는 것이 더욱 좋을 것이다.

#리더의 미션

정치권 하면 편 가름, 독선, 불통이 먼저 떠오르고 그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은 나만의 생각일까? 시민사회 안에서도 서로 견고하게 쌓아놓은 드높은 장벽은 만만치 않은 듯하다. 요즈음은 법원에서도 안팎의 소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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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본 영화 중 “미션”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화도 드물다. 이 영화에 가브리엘 신부가 목숨을 걸고 남미의 어느 험준한 마을을 먼저 찾아가 오보에로 원주민과 소통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느 시대 어느 리더건 그들의 유일한 소명은 소통이다. 리더로서 죽기 전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다 제쳐놓고 딱 세 가지만 하면 된다. 소통하고, 또 소통하고, 끝까지 소통하라.


김지형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지평·전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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