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저작권법 개정안에서 논의 중인 ‘추가보상’에 관한 쟁점은 계약자유의 원칙을 제한하는 문제와 관련된다. 업계에서는 당연히 이 점을 우려한다. 그렇지만 이에 대해 ‘추가보상’을 하면 사회적 약자인 창작자를 보호하게 되므로 계약자유의 원칙을 제한하는 것은 부득이 하다고 그 ‘결론’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저작권법 개정안에 관여하는 전문가들 가운데 저작권법 개정안의 ‘추가보상’이 독일에서는 이른바 ‘행위기초론(die Lehre von der Geschäftsgrundlage)’에서 논의가 시작되어 발전되어 왔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독일 저작권법에서 ‘추가보상’ 논의가 역사적으로 어떠한 배경 아래에서 법규범으로 형성되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독일에서 학설과 판례로 발전되어온 ‘행위기초론’은 1차 세계대전 이후 화폐가치의 극심한 변동과 이로 인한 사회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하였다. 이는 당사자가 계약을 체결할 당시 계약의 기초가 된 사정에 관하여 계약 성립 후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당사자가 예견하지 못한 변경이 생기고, 그 결과 본래의 급부가 다른 당사자에게 현저하게 부당한 경우, 신의칙에 의해 계약을 수정하거나 해제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칼 라렌츠(K. Larenz)는 ‘행위기초론’을 더욱 발전시켜 그 유형에 따라 ‘주관적 행위기초’와 ‘객관적 행위기초’로 구분하였다. 독일에서 주관적 행위기초론은 당사자 쌍방의 공통의 ‘동기의 착오’ 문제를 해결하는 이론으로 발전하였다. ‘객관적 행위기초론’은 우리가 흔히 ‘사정변경의 원칙’이라고 부르는 것에 상응한다. 라렌츠가 객관적 행위기초가 상실된 예(例)로 드는 것은 쌍무계약에서 예견하지 못한 사정의 변경으로 급부와 반대급부가 ‘중대한 불균형(grobes Mißverhältnis)’을 이루어 ‘등가관계’가 심하게 훼손된 경우이다. 이 경우에 당초 체결된 계약을 수정하는 ‘특수한’ 형태로 등장하는 것이 ‘추가보상’ 문제이다.
저작권법 개정안 중 ‘추가보상’ 쟁점은 독일 민법상 ‘객관적 행위기초론’에서 연유하는 문제이다.
‘추가보상’은 저작권법을 벗어난 민법 차원의 난이도가 높은 쟁점이므로 지금이라도 문체부는 민사법학회에 정식으로 연구용역을 의뢰할 필요가 있다.
객관적 행위기초론에서 연유하는 ‘추가보상’을 법률에서 처음 규정한 것은 1965년 제정된 독일 저작권법 제36조이다. 여기서 급부와 반대급부의 ‘중대한 불균형’이란 문언을 사용하였다. 2002년 개정된 저작권법은 제36조에서 제32조a로 조문 위치를 옮기면서 ‘중대한 불균형’을 ‘현저한 불균형’으로 변경하여 ‘추가보상’이 인정되는 기준을 한 단계 낮추었다. 그리고 2021년 개정된 저작권법 제32조a는 ‘현저한 불균형’을 다시 ‘부적절하게 낮은’으로 변경하여 현재에 이르렀다.
이처럼 독일 저작권법의 ‘추가보상’ 제도는 어느 날 갑자기 마른하늘에 벼락 치듯이 등장한 것이 아니다. 일련의 역사적 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 형성·발전되어온 것이다. 우리 입법 관여자들은, 독일 저작권법이나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유럽연합의 ‘디지털 단일시장 저작권 지침’에 나타난 ‘추가보상’이라는 법문언적 결과만을 모방할 것이 아니라, 입법에 이른 비교법제사(比較法制史)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권법 개정안 중 ‘추가보상’ 쟁점을 둘러싸고 이해관계자 간에 극심한 대립양상을 보이자 그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여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앞서 보았듯이 ‘추가보상’ 문제는 저작권법 차원을 벗어난 쟁점이다. 민법 차원의 심도 있는 논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문체부는 몇 단계의 연구(2010년~2012년)를 거쳐 ‘사정변경의 원칙’에 관한 민법 개정안을 확정한 바 있는 민사법학회에 연구용역을 의뢰할 필요가 있다.
박성호 교수(한양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