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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신논단
[법신논단] 행정형 ADR의 위헌 소지
윤남근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
2023-03-1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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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소송사건 처리 업무를 경감하고 원만한 합의에 의한 분쟁해결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전제 아래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정책적으로 조정, 중재 등 소송대체분쟁해결절차(ADR)의 이용이 장려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오래전부터 민사조정제도를 시행해 왔으니 1940년 조선차지차가조정령, 1962년 차지차가조정법, 1990년 현재의 민사조정법이 그것이다. 민사조정법에 의하면, 법원이 임명한 조정담당판사가 조정절차를 총괄하되 민간인이 참여하는 조정위원회 또는 법관에 준하는 상임조정위원으로 하여금 조정을 하게 할 수 있다.조정위원회의 조정장은 법관 또는 상임조정위원만이 맡을 수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행정관청 산하에 조정위원회가 설치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흔한 것은 아니었다. 1986년 한국소비자보호원 내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설치되어 소비자 분쟁조정을 하더니 1995년에는 그 조정 서면에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 즉 기판력이 부여되었다. 그 이후 각 행정관청 또는 지방자치단체 산하에 각종 조정위원회, 중재위원회 등 분쟁해결기관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행정관청 또는 지자체는 산하 분쟁해결기관의 결정 또는 조정의 결과를 기재한 서면에 기판력을 부여하려는 노력을 경쟁하듯이 했다. 그 결과 행정관청 또는 지자체가 설치한 분쟁해결기관이 수십 개에 이르고 그중 상당수는 분쟁에 관한 결정 또는 조정 서면이 기판력을 가진다.

우리나라 헌법은 입법, 사법, 행정의 3권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그리하여 행정부는 국회가 제정한 법을 집행하고,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 경우 사실을 확정하고 사법적 판단을 내려 분쟁을 해결한다. 이러한 법원의 기능을 담보하기 위하여 법관의 자격은 엄격히 법률로 정하도록 되어 있고, 법관의 신분은 헌법상 보장되며 법관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서만 재판을 하도록 되어 있다. 법원의 재판에 기판력과 기속력이 부여되는 것은 분쟁해결의 종국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법집행기관인 행정관청 또는 지자체가 분쟁해결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을 운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 분쟁해결기관인 법원과 법집행기관인 행정부는 헌법상 명확히 구분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법관이 관여하지 않는 행정기관의 결정 또는 여기서 만들어진 서면에 기판력을 부여하는 것은 명백히 위헌이다. 판결은 법관이 하도록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터에 법관이 아닌 인사들로 구성된 행정기관의 위원회에서 기판력 있는 문서를 만든다는 것은 헌법 규정을 사문화시키는 것이다.


행정기관에서 만들어진 조정조서 등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를 기재한 문서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당사자의 동의와 기판력은 별개다. 당사자 사이의 합의 내용이 강행법규에 위배되지 않는지, 당사자가 사실과 관련 법규를 정확히 아는 상태에서 합의에 이르렀는지, 일방 당사자 또는 외부로부터 부당한 압력은 없었는지, 당사자 일방이 궁박한 상태에서 경솔하게 합의한 것은 아닌지 등에 관하여 법관이 사법판단을 해야 그 합의에 기판력이 부여될 수 있는 것이다.

행정형 분쟁해결기관 중에는 노골적으로 사법부의 권한을 침탈하는 것도 있다. 예컨대, 환경분쟁조정법상 재정위원회가 그것이다. 재정절차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개시되고, 재정위원회는 당사자 또는 참고인에 대한 출석 및 진술 요구, 감정인의 출석과 감정 요구, 문서의 제출, 열람 및 복사, 조사를 위하여 필요한 장소의 출입 등 법원이 재판을 위하여 행사하는 강제력을 모두 가지고 있다(제38조 제1항). 또한 재정의 결정은 주문, 신청취지, 이유 등이 기재된 문서로써 하고(제40조), 확정된 재정의 결정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다(제42조). 재정의 결정이 곧 판결인 것이다. 그러나 정작 재정이 무엇인지 그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다.


윤남근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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