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개 가구사와 임직원들이 삼성물산·동서아이에스·대우건설 등 24개 건설사가 9년 간 진행한 전국 아파트 건설 현장 특판가구 입찰에서 780건에 걸쳐 담합한 혐의로 기소됐다. 낙찰가가 많게는 690억 원 대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넵스·한샘·한샘넥서스·에넥스·넥시스·우아미가구·선앤엘인테리어·리버스 등 8개 가구회사 법인과 최양하 전 한샘 회장 등 임직원 12명을 건설산업기본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20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수사망에 오른 업체는 9곳이지만 담합을 자진신고한 업체를 처벌하지 않는 리니언시 제도에 따라 회사 1곳은 기소되지 않았다.
28일 법률신문이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함과 동시에, 건설 공사 입찰에서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거나 공정한 가격 결정을 저해할 목적으로 가격을 미리 조작했다"고 했다. 액수가 가장 높은 담합은 2016년 대우건설 연간단가입찰로 낙찰가는 691억 원이었다. 프로젝트별 입찰은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 단위다. 가구회사들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잠실 롯데월드타워 등 신축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특판가구 물량을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프로젝트별 입찰에 참여한 가구회사 실무자들은 건설사 현장설명회 이후 인근 커피숍에서 만나거나, SNS 채팅방에서 낙찰 예정자를 협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담합을 한 티가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항목별 견적 가격이나 비율을 조정하는 소위 '흔들기'를 했다. 연간단가입찰의 경우에는 입찰예정일 1~2개월 전에 미리 만나 낙찰 순위를 미리 정하고, 특정연도에 낙찰 받지 못할 경우 다음 연도에 높은 순위를 보장 받는 합의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가구회사 실무자 수십명을 기소하지 않는 대신 경영진과 고위 임원을 주로 기소했다. 한 임원은 '사전 입찰 시 (업체 간) 공조를 유도한다'거나 '원가율 방어 계약을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의 품의서를 결재한 혐의를 받는다. 또 다른 임원은 '건설사 현장에서 순번에 따라 낙찰을 받기로 했다'거나 '다른 가구사의 협조를 받아 이번 낙찰을 받게 됐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고 승인한 혐의를 받는다. 한 대표이사는 '다른 가구사들의 도움을 받아 낙찰을 받으므로 이번 입찰은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는 보고를 받고 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1부(재판장 박정길 부장판사)가 심리하는 1심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샘과 한샘넥서스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지평이 변호한다. 김앤장은 넵스도 변호하고, 지평은 선앤엘인테리어도 변호한다. 에넥스는 광장이, 리버스는 바른이, 우아미는 다전 등이 변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