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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조인대관
신선경의 와인이야기
Freeman Winery 방문 인터뷰
신선경 변호사 (법무법인 리우)
2023-04-2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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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낀 금문교를 지나면 거짓말처럼 맑은 하늘이 펼쳐지고, 샌프란시스코에서 87km 정도 101번 고속도로를 타고 운전하면 소노마 카운티의 작은 마을 Sebastopol의 ‘리틀 부르고뉴'인 Freeman Winery가 나온다. 퇴근길이어서 차가 조금 막혔지만 그럴 때는 테슬라 렌터카의 크루즈 컨트롤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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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먼 와이너리 주인인 켄과 아키코 프리먼 부부는 태풍 때문에 만났다. 일본에서 초등학교까지 고등학교까지 가톨릭 사립여자학교를 다닌 아키코는, 교장 선생님 추천으로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기 위하여 자매학교인 맨해탄빌 칼리지로 교환학생이 되었다. 이름만 듣고는 뉴욕 맨하튼 도심인 줄 알았는데, 공항에서 타고 온 택시가 한참 떨어진 뉴욕주 시골 도시에 내려주자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어느 날 뉴욕주 전체를 태풍이 강타하여 정전사태가 일어났고, 불 꺼진 기숙사에 있던 아키코는 친구가 자기 남자친구와 그 친구들이 파티를 하는데 같이 가자고 했고, 일본에서 온 유학생은 그날 난생처음 미국파티에 오드리 헵번처럼 완벽하게 단장을 하고 갔다. 켄은 그날 원래 친구들과 플로리다까지 장거리 세일링을 가기로 했었는데, 태풍 때문에 일정이 취소되어 그 파티에 오게 되었다. 대학생들의 시끄러운 맥주파티에 홀로 성장을 하고 온 아키코는 바로 켄의 눈에 띄였고, 그들은 그날 사랑에 빠져서 장거리 연애를 하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결혼을 하게 된다. 금융업이 본업인 켄과 스탠포드에서 이태리 르네상스 미술사 석사를 전공한 아키코는 2001년 여기 와이너리를 인수하여 와인제작에 뛰어들었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는 와인메이커를 고용하여 그 옆에서 아키코가 9년 동안 조수로 온갖 잡일을 다 하며 와인 제작을 익혔고, 메이커가 아키코에게 이제 너는 하산해도 된다 직접 만들 수 있어 하고 떠나고, 켄과 아키코는 샌프란시스코의 집을 팔고 와이너리에 집을 지었고, 아키코는 전업 양조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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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스스로를 통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와인은 한 해 동안 그 땅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에요. 날씨가 추웠는지, 더웠는지, 바람이 많이 불었는지, 비가 많이 왔는지 가물었는지, 햇빛이 좋았는지 흐렸는지, 토양과 포도가 겪은 일들이 그 와인 한 병에 담겨 있고 저는 그 이야기를 최대한 정직하게 제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Akiko)

“있었던 일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개입을 최소화합니다. 미니멀리스트 접근이라고 할 수 있죠.” (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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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비행기로 직접 공수해 온 피노누아 클론들을 그들을 만나게 해준 태풍 이름을 딴 Gloria Estate Vineyard에 심었고, 껍질얇고 예민한 포도들을 고이고이 유기농 친환경 농법으로 길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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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마 지역은 미 전역에 대형 슈퍼마켓 체인들이 생기기 전에는 거의 대부분 사과밭이었는데, 여기 사과 품종은 엄청 맛있으나 유통기한이 짧아 슈퍼들이 퇴짜를 놔서 사과재배는 저물게 되었고, 와인포도밭으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사과재배에는 전통적으로 방충제 등 농약이 많이 들어가서, 토양에서 이런 화학물질의 영향을 배제하는 데에는 7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글로리아 외에도 프리먼 와이너리는 러시안리버벨리에 KR Ranch라는 와인밭이 있다. KR Ranch Pinot Noir와 Akiko’s Cuvee Pinot Noir가 나는 특히 좋은데, 둘 다 민트와 허브 느낌이 물씬 하면서 섬세하다. 프렌치 오크를 살.짝.만. 써서 풍미는 더하되 그 우아함을 잃어버리지 않아서 미국 와인을 조금 어려워하는 나한테는 너무 딱 맞는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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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마시면 강한 햇살 속이지만 비탈진 지형 덕에 서늘함과, 태평양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까지 와인이 들려주는 자연의 이야기를 담은 아키코의 정성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런데 눈을 뜨면 나는 바로 그곳에 와있다.


신선경 변호사 (법무법인 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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