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사법제도를 통해서는 자신의 억울함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사법 불신…
조금이라도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다.
위 사안은 특수한 상황의 극단적인 사례에 해당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사법제도가 억울함을 해결해 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더 큰 곤경에 빠지는 일은 생각보다 드물지 않다. 실제 사기, 배임, 횡령 등과 같은 배신적 행위의 피해자나 갑질 피해자 등과 법적 대응을 함께하다 보면, 특히 수사나 재판이 장기화될 때, 진심인지 알 수 없으나 ‘가해자를 죽이고 싶다’, ‘같은 고통을 느끼게 하고 싶다’ 등의 말을 거침없이 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여기에 ‘현행 사법제도를 통해서는 자신의 억울함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사법 불신까지 토로하는 것을 보면 가끔 섬뜩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사법제도에 대한 불만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오래전부터 국내외에 많이 있어 왔는데, 특히 사법제도의 한계나 문제 때문에 정의와 공정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의심 아래, 시민을 범죄로부터 구하거나 악당을 처단해서 결과적으로 복수를 대신해 주는 민간자경단 영웅 이야기(히어로물)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야기의 소재도 주인공이 경찰처럼 사법제도에 속한 경우가 많았던 과거에 비해 일반인이 사법제도를 넘나드는 경우도 늘고 있다. 피해자가 스스로 복수를 한다거나 제3자가 복수를 대신 해준다는 이야기는 사실 사법제도를 무시하거나 결과적으로 붕괴시킬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이에 환호하는 것은 (허구적, 과장적 요소를 감안하더라도) 시청자들이 사법제도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인식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이러한 사회현상은 법사회학적으로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법제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효율적, 안정적으로 국민을 보호해 오는 역할을 해왔다고 믿는다. 하지만 코로나 위기와 검수완박 이후 주변에서 들려오는 경찰, 검찰, 법원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데, 이것이 사법 위기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선입견에 불과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제도는 그 사회를 지탱해 주는 기둥이라는 점에서, 사소한 위기의 징후도 간과하지 않고 누군가의 피눈물을 보기 전에 더 부족한 점은 없는지 살피고 살펴서 조금이라도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법 제도적으로나, 실무적으로나 끊임없이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사법제도와 법률가의 존엄이 아닐까.
조정욱 변호사(법무법인 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