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판결요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에 따라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이라는 이유로 무효라고 보기 위해서는, 약관 조항이 고객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약관 작성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하여 계약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약관 조항을 작성·사용함으로써 건전한 거래 질서를 훼손하는 등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약관법상 불공정 약관은 일방 당사자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여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거래상지위 남용행위)와 유사한 면이 있고, 이 때문에 불공정 약관에서의 ‘불공정성’ 심사기준과 불공정거래행위에서의 ‘부당성’ 판단기준의 내용은 유사하다.
그런데 민사소송에서 위와 같은 ‘불공정성’, ‘부당성’ 등을 입증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부당성은 불이익의 내용, 불이익 발생의 개연성, 거래 과정에 미치는 영향, 관계 법령의 규정 등의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되고, 이때 당해 행위의 의도와 목적이 중요하게 고려되나, 민사소송절차에서 증거의 구조적 편재를 해결하기 위한 실효적인 조치가 부족하므로, 피해자가 모든 사정을 입증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공정위에 불공정 약관에 대한 심사를 청구하거나, 불공정거래행위를 신고하는 것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본 사안에서 1심 및 원심 판결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피고)가 대리점(원고) 에게 지급하는 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한 행위의 부당성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런데 그 후 공정위가 행정조사를 통해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피고의 대리점법 위반을 인정하여 제재 처분을 부과하고, 서울고법이 위 제재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피고의 청구를 기각함으로써 부당성에 관한 사정이 현출되자, 대법원은 피고의 행위는 중요한 거래조건을 원고에게 불리하게 일방적으로 변경한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보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