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4세대 유산균’을 표방하는 포스트바이오틱스(PostB)가 등장했다. 프로바이오틱스(ProB)는 1세대, 프리바이오틱스(PreB)는 2세대, 신바이오틱스(SB)는 3세대이고, PostB는 차세대라는 것이다. ProB는 살아있는 유산균, PreB는 유산균의 먹이, SB는 이 둘을 혼합한 것이다. 그러면 PostB는 무엇일까?
포스트바이오틱스 시장 전망 세계 포스트바이오틱스 시장은 2021년 15억7900만 달러에서 2031년 20억2580만 달러로 성장(연평균 성장률 6.8%) 할 것으로 전망된다(Research And Markets 2021 보고서).
본래 PostB는 장내균이 먹이를 대사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물질을 지칭한다(위키디피아, 하버드의대 홈페이지 등). 그런 물질은 단쇄지방산, 비타민, 아미노산, 펩타이드, 효소 등 다양하다. 이런 물질은 장 건강과 면역력 향상에 기여하는 등으로 건강에 유익하다고 알려져 있다.
유산균은 살아서 장에 정착해야 유해균 성장을 억제하고 유익한 대사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 그래서 ProB의 핵심은 균의 생존성이다. 그런데 균이 살아있으면 유통 과정에서 변질되기 쉽다. 유통기간을 늘리려면 열, 자외선, 전기장 등으로 균을 죽이거나 비활성화해야 한다. 살균 제품은 냉장이 필요 없고 저장이 간편하지만 균이 살아 있지 않아서 ProB가 아니라는 점이 업계의 딜레마이다.
건강보조식품 업계는 죽은 균을 활용하는 절묘한 방책을 도출했다. 2021년 업계가 지원하는 협회(ISAPP)는 새로운 PostB 정의를 제안했다. PostB를 “숙주에게 건강 효능을 주는, 살아있지 않은 미생물 및/또는 그 성분의 제형”이라고 규정했다. 균의 대사물질을 지칭하는 PostB란 용어를 죽은 균에 차용한 것이다. 이런 정의는 기존의 PostB 개념과 달라서 혼란이 불가피하고, 학계에서도 논란이 있다(2021 논문).
업계는 협회 정의에 따르고 있다. PostB 제품의 성분표에는 흔히 ‘유산균 열처리 배양 건조물’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이것은 열처리하여 비활성화한 균, 곧 죽은 균을 말한다. 균의 대사물질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성분 표시는 보기 어렵다. 2021년 이후에는 살균 제품도 특별한 효능이 있는 것처럼 PostB라는 용어로 포장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업체들이 새로 열린 PostB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갑자기 등장한 PostB의 개념을 잘 알지 못한다(2023 논문). PostB라는 제품을 ‘4세대 유산균’이라고 광고하면 ProB보다 나은 제품으로 인식하기 쉽다. 또 PostB가 균의 대사물질을 의미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은 대사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오인하게 된다. 실제 제품에 죽은 균만 함유되어 있음에도 ‘PostB는 유산균이 만드는 이로운 대사물질’이라고 광고하는 것도 흔하다. 이런 광고는 기망적이다.
죽은 균도 건강에 유익한 점이 있다는 보고들이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효능을 인정할 연구가 부족하다. 상식적으로도 죽은 유산균의 효능이 살아있는 균보다 나을 리 없다. PostB라고 표시된 제품은 새로운 과학성과를 반영한 차세대 유산균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PostB’는 균의 대사물질을 지칭하는 기존 용어를 차용하여 죽은 균을 최첨단 제품으로 포장하는 ‘포대갈이’에 불과하다. 균의 대사물질은 건강보조식품으로 섭취하려 할 것이 아니라 김치, 된장, 요거트 등 발효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좋다(하버드의대 홈페이지). 유익균이 장에서 증식하여 이런 물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채소, 과일을 풍부하게 먹는 것이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