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총선 결과를 지금 전망하는 건 어렵습니다. 2020년 4·15 총선 때도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 때만 해도 민주당의 180석 압승을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논란 끝에 결국 민주당도 ‘더불어시민당’을 만들면서 겨우 균형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선거 분위기를 바꾼 건 ‘코로나19’였습니다. 사태 초반인 2월 말~ 3월 초까지는 확진자 수가 중국 다음으로 많았기 때문에 민주당의 위기감이 더 컸습니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의 확진자 수가 폭증하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국내외에서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55%를 넘으면서 분위기가 민주당으로 넘어갔습니다.
총선 결과를 예측하는 세 가지 지표는 ①대통령 지지율(직무수행평가) ②‘정부 지원’과 ‘정권 견제’ 여론 ③‘야당이 대안인가’에 대한 평가입니다. ①과 ②는 35% 대 55%가 중요한 기준입니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가 35%를 밑돌고, 부정 평가가 55%를 넘으면 정권 심판 구도가 선거를 지배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1년간 이 언저리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작년 지방선거 승리 직후 53%(갤럽조사)까지 갔던 긍정 평가는 7월 첫 주에 37%로 내려앉으면서 처음으로 부정 평가(49%)가 더 높아진 이래 한 번도 40%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대통령 긍정 평가가 55%를 넘고 부정 평가가 35%를 밑돌면 정권 심판론 대신 ‘야당 심판론’이 작동합니다. 2020년 총선이 그런 선거였습니다.
②와 관련해서는 갤럽과 NBS(전국지표조사) 조사 결과가 엇갈립니다. 지난주 발표한 NBS 조사에서는 ‘국정운영을 더 잘하도록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45%,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40%였습니다. 반면 2주 전 갤럽 조사에서는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 37%,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 50%였습니다. 아마도 질문이 달라서 그런 듯합니다. 이 지표도 35% 대 55%가 기준입니다. 그 범위 안에 있으면 인물과 이슈로 열세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①과 ②의 수치 차이는 ③ 때문입니다. NBS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집권 여당의 역할을 잘한다’ 29%, 못한다 64%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이 제1야당의 역할을 잘한다’ 24%, 못한다 68%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실망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을 대안으로 보지는 않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어느 당도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세 지표의 변동을 유심히 살펴보면 총선 결과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박성민 대표 (정치컨설팅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