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부터 추진되어 온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양형기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고, 지금은 대법원에 양형위원회가 설치되어 양형기준 정립을 위한 작업이 막 시작된 상황이다.
이러한 양형기준은 외관상으로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여러 가지 형태의 제도를 도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실 그 근저에는 오래전부터 일반국민들의 인식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관념을 털어냄으로써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높이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있다.
최근 한 언론에서 이러한 사건별 양형편차에 관한 심층적인 보도가 있었지만, 그것이 있기 전부터 형사재판에 한번 발을 들여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고, 그에 직접 관여하는 검사들조차 이를 아니라고 과감하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며, 법원의 양형기준에 관한 어느 세미나에서도 같은 사건에 대한 각 법관별 양형 편차가 예상보다 심하여 놀랐다고 들은 적이 있다.
이러한 국민들의 인식과 그를 둘러싼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하여 양형기준법의 제정에 까지 이르게 된 자연적연 사회현상일 뿐 이를 인위적으로 법관의 권한을 제한하려고 하는 시도라고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할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한 기관의 관점에서 양형기준을 정립하려고 하여서는 아니 되고, 형사사법에 관여하는 기관과 단체뿐 만 아니라 양형기준법 제정의 출발이 된 일반국민들의 인식까지 고스란히 담아냄으로써, 세부적이고 실무적인 부분에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그 근본이념만큼은 우리 모두의 열망이 그대로 반영되도록 하여야 함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비록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러 가지 이슈로 사회가 다소 들떠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형기준의 정립에 관한 업무를 맡고 있는 분들이 중심을 잡고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양형기준을 마련해 낼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이러한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국민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양형기준의 정립은 사법부를 비롯한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