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따금 아주 지쳐서 연구실로 상담을 오는 로스쿨 학생들이 있다. 너무나 많은 학습량에 대한 부담감, 지나친 경쟁에 의한 억눌림, 미래의 진로에 대한 불확신, 법조시장의 격동에 따른 불안감 등이 큰 원인이다. 그리고 너무 힘들다고 푸념하고, 하소연하고, 때론 로스쿨에 온 것을 후회한다고 자책하기도 한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일부 학교에서는 학업과 경쟁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자살하는 로스쿨생도 있었겠는가? 그러나 상담받으러 온 학생들에게 필자가 해주는 대답은 “아이구, 너무 힘들어서 어떻게…”라는 식의 위로가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말하곤 한다. “힘든게 당연하다.”, “힘들어야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처럼 법조인이 되는 로스쿨 과정이니까 힘든 것이다.”
로스쿨 과정이 쉽다면 그건 이미 로스쿨의 자격이 없다. 로스쿨 생활이 유유자적 너무 즐겁기만 하다면 그건 이미 로스쿨로서 가치가 없다. 의대를 보자. 의대생들은 죽도록 힘들어 하면서도 그것을 당연히 여긴다. 국민들도 그것을 당연히 여기고 그들이 그런 힘든 과정을 거쳐 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사람의 몸에 칼을 댈 수 있는 의사로 길러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로스쿨은 어떤가? 만일 로스쿨이 쉽고, 재밌고, 유유자적하면서 할 수 있는 과정이라면 이미 그것은 변호사를 비롯한 법조인을 길러내는 기관으로서의 자격을 포기하는 것이다. 변호사란 직업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상담을 하고, 의견서를 주고, 소송을 대리하는 일은 자칫 잘못하면 의뢰인에게 재산상 큰 손해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 그들의 직업을 빼앗고, 평생 일구어온 기업을 망하게 하고, 부부를 이혼하게 하고, 억울하게 징역을 살게 하는 등 ‘사람의 인생에 잘못된 칼을 대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수준의 법조인을 길러내는 것이 로스쿨의 사명이다. 따라서 우선 아무나 들어올 수 없고, 들어왔다고 해도 법조에 대한 애정과 열정 없이는 아무나 버틸 수 없고, 더구나 필요한 지식을 얻지 않고는 아무나 졸업할 수도 없으며, 더 나아가 변호사시험은 코피 흘리면서 치열하게 공부하지 않고는 아무나 통과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로스쿨을 만드는 데 법조인이 모두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과서를 읽고, 학교 수업만 성실히 들으면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수능을 만들자는 주장을 로스쿨 교육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쉬운 로스쿨을 만드는 데 반대이다. 그리고 힘든 로스쿨과정을 성실히 거치고 있는 로스쿨생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힘든게 당연하다. 조금 더 힘내자. 힘드니까 로스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