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가 느끼기에 예전부터 법조계에서는 실무계와 학계 간에 그리 사이가 좋지는 못했다. 다른 영역, 예를 들어 경영자협회와 경영학계도 그러할지 의문이다. 기존에 법학계와 법조실무계 사이를 굳이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필자 생각에는 ‘무시’의 시기였다. 큰 행사가 아니고서는 서로 자주 만나지 않았고, 인적 교류도 거의 없었다. 따로 존재하고, 따로 공부하고, 따로 놀았다.
그런데 양자를 아우를 수 있는, 아니 반드시 아울러야 하는 로스쿨이 생겼다. 그리고 로스쿨이 생긴 후 실무계에서 많은 인원이 로스쿨 교수로 넘어왔다. 또한 로스쿨에서 상당수의 판사, 검사, 변호사들이 배출되고 있다. 자연스레 양 영역 사이의 담벼락이 허물어지고, 화합, 상생하는 형국이 자연스레 열려야 한다. 그러나 현재 그 관계는 여전히 좋지 않다. 아니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현재는 ‘냉전’의 시기이다. 학회에서는 여전히 실무교수들을 쉽게 발견할 수 없다. 실무계에서는 "배출되는 변호사 숫자가 너무 많다", "로스쿨 교육이 기존 사법시험, 사법연수원 교육에 비하여 크게 부실하다", "상류층만이 접근 가능한 돈스쿨이다"라며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로스쿨 측에서는 "법조계가 그동안 누린 특권을 포기하여야 한다",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 하면 로스쿨교육이 자연스레 정상화될 수 있다", "많은 장학금제도가 시행 중이다"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이 합리적인 제도개선의 방향으로 발전하는 기초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데 최근의 대립상황을 보면 오히려 곧 ‘열전’의 시기가 올 것 같다. 대한변호사협회장, 서울변호사협회장 모두 변호사선발 인원의 대폭 감축, 사법시험 존치를 제1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되었다. 고래로 필자가 경험한 모든 선거를 통틀어 이렇게 간단하고 명료한 공약은 없었다. 로스쿨 측도 맞대응할 칼과 방패를 준비 중일 것이다.
싸움이 벌어지면 등이 터지는 ‘새우’가 있다. 우선 로스쿨생들의 등이 터질 것이고, 다음으로 첫발을 내딛은 신입변호사들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들이 우리 영역의 최약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쟁이 벌어지면 법조계의 물을 더욱 흐리게 할 것이다. 바로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의 질 저하를 의미한다.
지금 법조계는 냉전이 열전으로 변해가는 사이에 놓여 있다. 금방이라도 태풍이 몰아칠 기세다. 전쟁을 막고, 법조계의 발전을 이끌 현인과 상생전략의 등장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