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조계에는 유난히 소년급제(少年及第) 한 이들이 많다. 춥고 배고픈 시절, 마을에서 공부 좀 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다 법대로 진학하고 사법시험에 몰두하는 것이 출세의 정규 코스라고 여겨지던 시대였으니 꼭 정확한 통계가 아니라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바이다.
이렇게 소년급제 한 이들은 승승장구하여 검찰총장이 되기도 하고, 법무부장관이 되기도 했으며, 최연소 부장판사를 거쳐 대법관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은 화려한 이력을 바탕으로 정치권으로도 진출하여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노라며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소년급제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한 사람들과 달리 소년급제가 인생에 독이 된 사람도 있다. 최근 대학 후배들을 성추행하여 강제추행죄로 기소되고 결국 사표를 쓴 A 판사, 그는 유수의 대학을 졸업하고 이른 나이에 판사가 됐지만 2년 전 사건으로 사표를 써야만 했다. 또 약관의 나이에 변리사시험에 합격하고 이후 변호사자격까지 취득하고 검사 시보로 임용되었으나 피의자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기소된 B 검사 등 일일이 찾아보면 적지 않은 이들이 소년급제의 명예로운 자리에서 하루 아침에 몰락했다.
대다수의 법조직역 종사자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간혹 소년급제해서 일찍 부장에 오른 이들이 아직도 불필요한 권위의식을 지니고 있고, 시대에 맞지 않는 예우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모습에 필자는 종종 당황한다. 몇 달 전에도 같은 일을 경험했지만, 속좁은(?) 필자로서는 마음 속으로만 "저 판사 저렇게 해서 얼마나 잘되는지 보자"고 생각만 하고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송나라의 학자 정이는 소년등과 일불행(小年登科 一不幸)이라는 말을 남겼다. 우리나라에도 소년등과 한 남 이장군의 비참한 말로를 보고 소년등과가 노년빈곤에 버금가는 삼불행 중의 하나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소년등과 자체는 개인의 출중한 능력에 따른 결과이므로 부정적이라고 볼 수 없다. 다만 소년등과 하여 나이에 어울리지 않고 직위에 따른 과분한 대접을 받으면서 독선과 교만에 빠지는 것이 문제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소년등과 한 이들도 해가 가더라도 겸손의 미덕을 잃지 않는다면 법조인으로서 이들의 말로는 더욱 창대(昌大)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