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공동 입학설명회에 다녀왔다. 매년 조금씩 분위기는 다르지만, 여전히 로스쿨에 대한 열기가 식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예비 신입생들의 결의에 찬 모습에서 그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 점검해 볼 수 있었다.
로스쿨 체제로 변경되면서 전통적인 법학도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그러나 법대생들과 로스쿨생들에 가르쳐 주어야할 바에 본질적인 변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법률가로서의 자질과 소양을 내재화시킨다는 점에는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정상적인 법학교육이 전제인데, 다행인 것은 지금 로스쿨 강의는 분필만으로 해결되던 과거 법과대학 때와는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점이다.
교육을 뜻하는 education의 어원인 educe는 잠재된 역량을 ‘끌어내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대학(大學)의 역할과 본질을 생각해보면 대학교육을 통해 법학도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알 수 있다. 대학은 법률전문가로서 일할 예비 법조인들에게 충실한 기본기를 다지고 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 장(場)이 되어야 한다. 기본기가 없는 전문가는 허구에 불과하며, 인성이 부족한 전문가는 독불장군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대학은 바람직한 시대정신과 정의를 체득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나치나 유신시대에 난무한 법실증주의의 과오를 겪지 않으려면 법학도들은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며, 무엇이 올바르고 가치 있는 것인지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학은 성실한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용기를 길러 주어야 한다. 대학만이 도전정신에 충만한 실패를 포용해 줄 수 있는 시·공간이므로, 판례만 외우는 앵무새가 아니라 다양한 잠재능력을 표출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학은 사회적 책임의식을 길러 주어야 한다. 법조인들은 우리 사회의 매우 중요한 위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다 높은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필자가 법과대학 신입생이었을 때 어느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법대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특혜를 받은 것이니, 그에 걸맞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일 많이 해야 한다." 법률가는 사회적인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이자, 분쟁해결을 통해 사회통합의 그림을 그려가는 종합예술가이다. 법률가로서 법학도의 상식과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분들을 보면 아마 이처럼 중요한 자신의 역할을 배우지 못했거나 망각하였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