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 금요일 오후 4시, 여느 때처럼 사무실에 있었습니다. 모르는 분께서 반갑게 인사를 하며 들어옵니다. 전혀 알지 못하는 분입니다. 혹시 구면인지 정중하게 여쭤보았더니 처음 보는 분이 맞더군요. ‘S생명 최OO 팀장’이라고 소개하면서 살가운 얼굴로 명함을 내밉니다. 명함 앞면에 크게 인쇄된 ‘信(믿을 신)’이 인상적입니다. 무슨 일로 방문하셨는지 묻기 전에, "변호사님, 사업상 긴히 설명드릴 내용이 있으니 잠시 이야기 좀 하시죠"라면서 자연스럽게 앉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제가 손님처럼 보일 지경입니다.
‘보험회사 영업하시는 분이겠거니’ 생각하고 이야기를 듣기로 했습니다. 조금 귀찮으면 되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5분쯤 지나보니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갑니다. 검사장 출신 누구에 부장판사 출신 누구를 들먹이면서 자기가 잘 아는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이 그렇게 많다고 자랑을 늘어놓습니다. 이 분 정체가 궁금해집니다. 여름까지 로펌에서 근무했다고 이야기하니 또 "그 회사에 OOO 변호사가 내 친구고…"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쯤 되니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쓸데없는 이야기로 15분 정도가 흘렀습니다. 아까 받았던 명함을 다시 꺼내어 뒷면을 살펴봅니다. ‘OOO Tax & Finance Rep 1. 세무법인 OO/OO 대표 세무자문 2. 법인 설립/법인 전환 전문 3. 세무조사 솔루션 4. 법무법인 OO/노무법인 OO(주총, 정관, 근로법) 5. 벤처기업인증/경영지도 컨설팅’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법무법인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사건을 가져다드리죠"라는 말이 나옵니다. 덧붙이는 말이 가관입니다. "변호사님 사건 필요하지 않습니까? 뭐 아시겠지만 제가 그러니까 커미션 베이스로 해가지고 가져다드린다는 겁니다. 비율은 업계 표준에서 조절해 드리고요. 세금 문제는 알아서 처리하시는 걸로요." 예상대로 브로커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저의 첫 브로커 대면식(?)은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찝찝한 경험이었습니다.
법조브로커 척결을 위해 올해 10월부터 법무부는 법조브로커 TF를 운영하고 있고, 12월 중으로 구체적인 근절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악성 바이러스와 같은 브로커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들과 공생하는 잘못된 변호사들이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법조계 불신 풍토가 사라지고, 모든 사람들이 투명하게 변호사와 만날 수 있는 세상이 다가오기를 바랍니다. 법조브로커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