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모는 여러모로 고민되는 질병이다. 마침 재직 중인 학교병원에 탈모치료로 유명한 분이 계신데, 환자가 줄을 잇는다고 한다. 옆방의 교수도 고민 끝에 얼마 전 그분께 탈모치료를 시작했는데, 필자도 요즈음 고민이다. 하나 둘 빠지기 시작하는 머리카락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드나, 막상 복용해야 될 약의 양을 보니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필자는 큰 의미에서 법조인도 사회병리현상을 치료한다는 점에서 의사와 같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눈여겨볼 현상은 의사들이 진료실과 수술실 밖으로 나와 사회참여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방외과 교수의 유방암 재단 설립, 재활학과 교수의 무료쉼터 운영, 정형외과 의사의 장애인 무료수술 프로그램 운영 등 의사들의 다양한 사회참여가 이뤄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환자와의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생 백세시대에는 질병 관리에 오랜 기간이 필요하므로 환자와의 소통 없이는 치료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없으며, 명의(名醫)의 길과는 더더욱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아직도 법률조력의 취약계층, 사법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본인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계층이 많다. 아직도 경제적 이유 등으로 변호사 사무실의 문턱 넘기가 쉽지 않은 사람, 무지해서 본인의 권리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한 학기에도 몇 명씩 서류뭉치를 들고 연구실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직업인의 사회참여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향후 정치참여 등의 의도가 배제된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본인의 현재 지위와 능력을 활용하는 방식이면 족하다. 의사들이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법조인에게도 순수한 사회참여는 직업적 소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의사는 병원에서 치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히는 등불 역할로 사회를 치료할 수 있다. 환자와 소통하고 공감하며 그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미쳐야 의도했던 치료의 효과와 보람이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진료실과 수술실을 벗어나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법조계도 이런 의미에서 소통을 통한 사회참여가 필요하다. 변호사 사무실 밖에서, 검사와 판사 집무실 밖에서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국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사회참여를 넓혀 가야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2016년 새해는 진부하지만 결코 진부하지 않은, '소통'을 한 해의 화두로 삼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