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이해승의 후손이 소유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땅을 환수하고자 정부가 소송을 제기했지만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7-2부(정윤형·최현종·방웅환 고법판사)는 지난 7일 대한민국이 이해승의 손자인 이우영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을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 등기소송(2021나2050841)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패소 판결했다.
철종의 아버지 전계대원군의 5대손인 이해승은 일제로부터 조선 귀족 중 최고의 지위인 후작 작위를 받았으며, 식민 통치에 적극 협력한 공으로 쇼와대례기념장을 받는 등 친일 행적으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행위자로 결정됐다.
이해승은 1917년 9월 고양군 은평면(현재 홍은동 일대) 임야 23정 9900보를 사정받아 취득했는데 2만7905㎡로까지 순차 분할됐다. 이후 1957년 손자인 이 회장에게 소유권이 넘어갔고, 근저당권이 설정됐던 이 땅은 경매절차에 따라 제일은행 소유로 바뀌었다가 1967년 7월 다시 이 회장이 사들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법무부는 이 토지가 국가귀속 대상인 친일 재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지난해 2월 이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친일재산귀속법 제3조 제1항 단서는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토지로 분할되기 전의 같은 동 임야에 관해 제일은행은 선의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해당 임야를 경락받아 그에 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바 있다"며 "제일은행은 선의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해당 토지를 취득한 제3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일은행은 근저당권의 실행에 따른 경매 절차에서 서울민사지법의 경락허가결정을 받은 후 임야에 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므로, 해당 임야가 친일재산임을 모른 채 경매 절차에서 경락대금을 납부하고서 해당 임야의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충분히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친일재산귀속법 제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친일재산인 해당 토지의 국가귀속에 의해 제일은행이 취득한 권리를 해할 수 없는데도 국가는 현재의 등기명의인 이 회장을 상대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고 있고, 이러한 소유권이전등기는 그에 앞선 제일은행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 모두에 대한 순차 말소등기에 갈음하는 것"이라며 "국가가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을 근거로 해당 토지에 관해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는 것은 제일은행이 취득한 권리를 해하는 결과가 되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지난해 11월 "친일재산귀속법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친일재산'에 대한 정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것 외에 '제3자'에 대해선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바,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상속인이라고 해서 제3자의 범위에서 제외될 이유는 없다고 할 것"이라며 원고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