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배임 등 임직원의 예상치 못한 부정행위로 법인세를 과소신고한 경우까지 40%의 가산세를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다만 이 경우 해당 회사에 10년간 장기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8일 A사가 서울마포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2017두38959)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사 임직원인 B씨 등은 가맹점에 지원금 등을 지급한다는 명목으로 회사로부터 약 20억원을 받았다. 그런데 B씨 등은 이 돈을 가맹점에 지급하고 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삿돈을 편취했으며, 사기와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돼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들의 범행으로 A사의 사업연도 소득은 20억원 누락된 채 법인세 신고·납부가 이뤄졌다. 세무당국은 임직원의 부정행위를 법인(회사)의 부정한 행위로 보고, 10년의 장기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한 법인세 본세에다 40%의 부당과소신고가산세 등을 더해 법인세를 증액경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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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기본법은 '국세는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5년이 지나면 부과할 수 없다'고 정하면서, 다만 납세자가 부정한 행위로 국세를 포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을 10년으로 늘려 '장기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하도록 했다. 또 납세자가 과세표준과세액을 과소신고한 경우 과소신고액의 10%에 해당하는 일반과소신고가산세를 부과하면서, 부정한 행위로 과소신고를 하면 40%로 가중해 '부당과소신고가산세'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반발한 A사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임직원의 부정한 행위를 이유로 피해자 지위에 있는 회사에 △장기 부과제척기간과 △부당과소신고가산세를 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이 경우 △10년의 장기 부과제척기간은 적용할 수 있지만 △40%에 달하는 부당과소신고가산세를 부과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40% 부당과소신고가산세'에 대해 "임직원의 부정한 행위가 납세자(회사)를 피해자로 하는 사기, 배임 등의 범행의 일환으로 행해지고, 거래 상대방이 이에 가담하는 등 납세자가 이들의 부정한 행위를 쉽게 인식하거나 예상할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이들의 배임적 부정행위를 부당과소신고가산세에서 말하는 부정한 행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경우까지 납세자에게 부정한 행위를 이유로 중과세율(40%)을 적용하는 부당과소신고가산세를 부과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10년의 장기 부과제척기간' 적용에 대해서는 "이런 경우에도 임직원의 부정한 행위로 포탈된 국세에 관해 과세관청의 부과권 행사가 어렵게 된 것은 분명하다"며 "납세자가 임직원 등의 부정한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직원의 배임적 부정행위는 장기 부과제척기간에서 말하는 부정한 행위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이기택·김재형·박정화·안철상·노정희 대법관은 "납세자가 쉽게 인식하거나 예상할 수 없었던 임직원 등의 배임적 부정행위를 이유로 회사에게 부당과소신고가산세를 부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장기 부과제척기간도 적용될 수 없다"는 별개 및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대법관들은 "국세기본법의 의도 등을 고려하면 납세자에 대한 장기 부과제척기간과 부당과소신고가산세에 관한 해석·적용을 통일적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동일한 문언을 요건으로 하는 두 제도에 대해 부당과소신고가산세에서는 납세자의 부정한 행위로 보지 않으면서, 장기 부과제척기간에서는 납세자의 부정한 행위로 보는 것은 국세기본법 전체의 체계와 통일성을 무시하는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1,2심은 "세무당국이 임직원의 부정행위를 법인의 부정행위로 보아 장기 부과제척기간 및 부당과소신고가산세를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문은 대법원 홈페이지(https://www.scourt.go.kr/sjudge/1613634904991_165504.pdf)에서도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