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영입한 구성원 변호사는 법무법인이 납부하지 않은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무법인의 명목상 구성원에 불과한 변호사는 법무법인의 실제 운영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서초세무서는 Y법무법인에 2008~2009년분 부가가치세와 근로소득세 등 합계 1억8740만여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Y법무법인이 이미 해산해 체납세액 충당이 어렵게 되자 세무서는 2010년 7월 구성원 변호사인 A씨를 국세기본법 제39조1항 제1호에 따른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해 부가가치세 등의 납부통지를 했다. 이에 A씨는 "법무법인의 설립·유지에 필요한 법조경력 10년 이상의 변호사로 명의만 대여했을 뿐 법인의 운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법인의 구성원이라고 할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구 변호사법에 따르면 법무법인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5명 이상의 변호사가 필요하고, 이 가운데 1명 이상의 변호사는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갖춰야 한다. Y법무법인은 설립자인 2명의 대표변호사가 구성원 변호사 3명을 영입해 2006년 1월 설립했다가 2010년 2월 설립인가 취소로 해산했다.
1심 재판부는 "형식상으로 법인의 구성원으로 등재돼 있었을 뿐이므로 A씨에게 무한책임사원으로서 제2차 납세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실질과세의 원칙에 반한다"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도 "법인의 무한책임사원에게 제2차 납세의무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체납국세의 납세의무 성립일 현재 실질적으로 무한책임사원으로서 그 법인의 운영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을 요하고, 단지 형식상으로 법인의 등기부상 무한책임사원으로 등재돼 있다는 사유만으로 무한책임사원으로서 납세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행정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변호사 A씨가 서초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2012두287)에서 심리불속행으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편 지난해 6월 9일 A씨에 대한 1심 판결이 선고되자 Y법무법인의 다른 구성원 변호사인 B씨와 C씨도 "Y법무법인 설립자의 부탁으로 형식상 구성원 변호사로 등재했을 뿐이므로 제2차 납세의무가 없다"며 각각 소송을 냈다. 세무서가 A변호사에 이어 B변호사 등도 2010년 7월과 8월에 걸쳐 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5일과 이달 4일 잇따라 "실질적으로 무한책임사원으로서 법인의 운영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형식상 구성원 변호사로 등재돼 있다"며 "법인의 무한책임사원임을 전제로 B씨와 C씨에게 2차 납세의무를 부담시킨 처분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각각 원고승소 판결을 했다(2011구합11916 등).
지난해 5월 17일 개정된 현행 변호사법 제45조는 법무법인 설립에 3명 이상의 변호사를 요구하고, 그 중 1명 이상이 5년 이상의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