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들을 상대로 기지촌에서 성매매에 종사했던 여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 승소했다. 법원이 국가의 성매매 방조 책임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고법 민사22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는 미군 기지촌 위안부였던 A씨 등 11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나2017700)에서 "국가는 원고 74명에게 700만원씩, 43명에게는 300만원씩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A씨 등은 2014년 6월 "성매매가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불법적인 기지촌을 조성해 운영하고 불법행위를 방치했을뿐만 아니라 '애국교육' 등을 통해 성매매를 정당화하고 강제격리시켜 폭력적으로 성병 치료 등을 했다"며 "1인당 1000만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1977년 이전 국가가 강제 격리수용으로 성병치료를 한 것을 위법행위로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기지촌을 설치하고 환경개선정책 등을 시행한 것은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며 57명에 대해서만 5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보건부와 경기도, 용산경찰서장 공무 등을 보면 △유동 위안부의 고정 수용 △외국군 상대 성매매에 있어서의 협조 당부 △주한민군을 고객으로 하는 접객업소의 서비스 개선 등의 행위를 한 것이 확인된다"며 "이는 외국군을 상대로 한 기지촌 위안부들의 성매매 행위 자체 또는 성매매 영업시설을 개선하고자 한 것으로 기지촌 위안부의 성매매를 조장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무원들은 위안부 등록제나 지역재건부녀회 등 자치조직을 통해 기지촌 위안부들에게 이른바 '애국교육'을 실시했는데, 이들을 외화를 벌어들이는 애국자로 치켜세우거나 성매매업소 포주가 지시할 만한 사항들을 직접 교육했다"며 "이는 기지촌 내 성매매를 방치·묵인하거나 최소한도의 개입·관리를 넘어 성매매 행위를 적극적으로 조장·정당화한 것"이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