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불심검문에 불응하는 자를 유형력을 행사해 가로막았다고 해서 무조건 부당한 공무집행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안모씨는 2009년 7월 어느 날 새벽 2시께 대전 월평동의 한 거리에서 경찰관에게 불심검문을 요구받았다. 월평동 일대 부녀자 강도강간 사건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 잠복근무를 하던 경찰관이 안씨의 인상착의가 용의자와 비슷하다고 본 것이다. 경찰관은 경찰공무원증을 제시하고 경찰관임을 알렸다. 하지만 안씨는 어두운 새벽길에서 사복 차림의 경찰관과 마주치자 강도로 생각하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안씨는 200m 정도를 도망가다 뒤쫓아오던 경찰 승용차가 앞을 가로막자 굴러 넘어졌다. 안씨는 다시 일어나 도망가려다 경찰관에게 제지를 당했고,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하다 상해를 입혔다. 안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법으로 체포돼 2010년 4월 기소됐다.
1심은 안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경찰관은 불심검문 제도의 취지상 정지 여부를 명백하게 결정하지 못한 자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따라가면서 말로써 직무질문에 협조하여 줄 것을 설득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안씨가 200m가량 도망감으로써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분명히 했는데도 경찰관들이 안씨 앞을 승용차로 가로막으면서까지 검문에 응할 것을 요구한 행위는 설득을 넘어선 유형력 행사로 답변을 강요한 것이 돼 불심검문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며 안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형사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은 지난달 27일 안씨에 대한 상고심(2011도13999)에서 무죄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불심검문은 강도강간미수 사건의 용의자를 탐문하기 위한 것으로 안씨의 인상착의가 용의자의 인상착의와 상당 부분 일치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경찰관이 질문하려고 하자 막바로 도망하기 시작했고, 이럴 때 경찰관이 안씨를 추적할 당시 무엇이라고 말하면서 쫓아갔는지, 그 차량에 경찰관이 탑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표식이 있었는지, 안씨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에서 어떤 방향으로 가로막으면서 차량을 세운 것인지, 차량의 운행속도·차량 제동의 방법, 안씨가 그 차량을 피해 진행해 나갈 가능성, 안씨가 넘어지게 된 경위와 넘어진 안씨에 대해 경찰관이 취한 행동을 면밀히 심리해 경찰관들의 추적행위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것인지를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안씨는 당시 경찰관을 치한이나 강도로 오인해 착오를 일으켰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원심으로서는 당시 안씨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착오에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지 등에 관해 면밀히 심리한 다음 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할 수 있는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