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도 산업단지 개발을 위해 토지수용을 할 수 있다는 헌재결정이 나왔다. 이번 결정은 민간기업도 헌법 제23조3항에 규정된 공용수용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첫 판단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A씨 등 충남 아산시 탕정면 주민들이 “민간기업에게 산업단지개발에 필요한 토지 등을 수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산업입지및개발에관한법률 제22조1항 등은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사건(2007헌바114)에서 지난달 24일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합헌결정했다.
재판부는 “헌법 제23조3항은 정당한 보상을 전제로 재산권의 수용 등에 관한 가능성을 규정하고 있지만 재산권 수용의 주체를 한정하고 있지 않다”며 “이 헌법조항의 핵심은 당해 수용이 공공필요에 부합하는가, 정당한 보상이 지급되고 있는가 여부 등에 있는 것이지 수용주체가 국가인지 민간기업인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오늘날 산업단지의 개발에 투입되는 자본은 대규모로 요구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산업단지개발의 사업시행자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제한한다면 예산상의 제약으로 인해 개발사업의 추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만약 이른바 공영개발방식만 고수할 경우 수요에 맞지 않는 산업단지가 개발돼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소모될 개연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기업으로 하여금 산업단지를 직접 개발하도록 한다면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며 “그렇다면 민간기업을 수용의 주체로 규정한 자체를 두고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종대 재판관은 “민간기업이 수용주체가 될 경우 국가가 수용주체가 돼 수용이익을 공동체 전체의 것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자임하는 경우와 비교해 수용의 이익이 공적으로 귀속될 것이라는 보장이 힘들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충남도지사는 지난 2004년7월께 S전자가 충청남도 아산시에 위치한 211만4,000여㎡ 규모의 토지에 대해 제출한 ‘산업단지 지정승인 요청서’를 승인한 뒤 이를 8월께 고시했다. 이후 S전자는 A씨 등 산업단지 내 토지소유자들과 토지수용액 및 수용시기 등을 협의했으나 결렬되자 충남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했고 위원회는 S전자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에 A씨 등은 토지수용위원회를 상대로 수용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이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헌법소원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