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가 경찰에 스마트폰을 임의제출하면서 스마트폰과 연결된 클라우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등 동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해당 클라우드에 저장된 파일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20도14654).
A씨는 채팅으로 알게 된 청소년들을 협박해 성적학대 모습을 촬영하게 하고 이를 파일로 보내게 했다. 경찰은 A씨가 사용한 SNS 계정을 통해 접속 IP(인터넷 접속 주소)를 추적했고, IP 주소에 거주하는 A씨의 동생 B씨를 피의자로 특정해 B씨 이름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다. 주민등록표상 A씨는 이 주소 거주민이 아니었다. 하지만 경찰은 주민등록과 달리 B씨의 집에서 A씨가 함께 거주한다는 사실과 함께 A씨가 이 사건의 피의자인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도 경찰은 B씨 이름으로 된 영장으로 A씨의 스마트폰을 압수했다. 이후 경찰은 A씨의 직장을 찾아 A씨가 사용하는 또 다른 스마트폰을 임의제출 받았고, 이 스마트폰과 연결된 클라우드 서버들에서 A씨의 범행을 입증할 파일들을 확보했다. 이후 A씨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 및 장애인복지시설에 5년간 취업제한 등을 명령했다.
하지만, A씨 측은 B씨 이름의 영장으로 확보된 스마트폰은 증거물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또 임의제출한 것은 스마트폰이지 클라우드에 저장된 파일은 임의제출한 것이 아니라며 위법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2심은 A씨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우선 A씨 동생 이름으로 영장을 청구해 압수한 스마트폰에서 나온 파일들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를 증거로 사용하려면 별도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야 했는데, 별도 발부 없이 스마트폰에서 발견된 파일을 탐색한 것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영장주의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압수·수색으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또 클라우드 파일들의 경우에는 A씨가 스마트폰을 제출하면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임의로 제공한 클라우드 속 파일들만 유효한 증거로 봤다. A씨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은 다른 클라우드 속 파일들은 위법한 증거로 봤다.
그러면서 위법하다고 판단한 증거들과 관련된 공소사실들은 무죄로 판단해 A씨에게 1심보다 낮은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 및 장여앤복지시설에 5년간 취업제한 등을 명령했다.
대법원도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