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가 수익증권에 투자하며 적극적으로 투신사에 수익보장약정을 요구한 경우 투신사는 불법행위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투신사가 실적을 높이기 위해 수익보장약정의 불법성을 잘 알지 못하는 소액투자자들에게 약정을 미끼로 투자를 유치하는 것에 대해 불법책임을 묻던 그 동안의 판결들과는 달리 투자자가 투신사간 투자유치 경쟁을 이용, 위험을 면하면서도 수익을 보장받으려고 한 것은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어서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지법 민사16부(재판장 河光鎬 부장판사)는 지난 7월6일 (주)귀뚜라미보일러의 창업주 최진민씨가 현대투자신탁증권을 상대로 "현대는 수익보장각서에 따라 손실금과 이자 11억4천여만원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98가합54576)에서 원고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최씨는 이미 이 사건 투자 전에 재무관련 전문가의 보좌를 받으며 최씨 및 그룹 계열사 명의의 운용자금 1천억원을 금융상품에 투자해오는 등 투자경험이 있고 투자신탁회사들 사이의 과당경쟁을 이용, 수익을 보장받으면서도 투자 위험으로부터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익보장약정을 적극적으로 유인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현대투신의 권유행위는 최씨의 수익증권 매입의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방해하거나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고객 보호의무를 저버린 위법성이 없다"고 밝혔다.
최씨는 98년 투신사간 과다경쟁으로 증권거래법이 금하는 수익보장약정이 암암리에 행해지는 것을 알고 현대투신으로부터 '연13.4%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각서를 받고 18억1천여만원어치의 수익증권을 샀으나 환매일에 원금까지도 손해를 입자 소송을 냈다.
그동안 대법원이 소액투자자를 보호하는 입장에서 안정된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성향을 이용, 수익보장이라는 불법 약정을 해 온 투신사의 불법책임을 많이 인정해온 반면 이번 판결은 투신사간의 과다경쟁을 도리어 악용해 수익보장약정을 유도한 투자자에게까지 보호이익을 줄 필요가 있냐라는 문제를 던져 준 것으로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