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가 "국가정보원장이 전·현직 국정원직원의 증언허가를 특별한 요건없이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국회에 법 개정안이 제출된 국정원직원법 제17조제2항이 또다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법규정 중 국정원장의 재량권 부분이 아닌 증언허가신청권자를 국정원 직원으로 제한한 부분으로, 국정원 직원의 증언을 필요로 하는 형사피고인에게 증언허가신청 자격조차 인정치 않는 것은 위헌소지가 있다는 취지이다.
서울고법 특별6부(재판장 이동흡 부장판사)는 3일 "증언허가신청을 해당 직원 또는 그 대리인만이 할 수 있도록 한 국정원직원법 제17조제2항은 헌법이 보장한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나라당 강삼재 의원이 낸 위헌심판제청 신청(2003아163)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전·현직 국정원직원이 증인으로서 직무상 비밀에 속한 사항을 증언하려면 미리 국정원장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 국정원직원법 제17조제2항이 증언허가신청의 여부를 증인 또는 증인이 되려는 자에게 전적으로 맡겨 놓는 것은 피고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증인을 신문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증언을 필요로 하는 형사피고인에게도 증언허가신청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국정원직원법의 경우 신청인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증언신청을 함에 있어 불리하게 방해하는 법률규정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2001년6월 국정원 예산 1천억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검찰이 제출한 국정원 관련 증거가 옳지 않다며 전 국정원직원인 임동원, 엄삼탁, 이종찬, 진학상 씨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었다.
그러나 그 후 증인들이 9개월동안 국정원장에게 증언허가신청을 내지 않자 강씨가 직접 국정원장에게 증언허가신청을 냈지만 국정원 측이 해당 직원 또는 그 대리인만이 증언허가신청을 할 수 있다며 증인허가거부처분을 하자 행정소송을 냈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법 개정안은 지난해 헌법불합치결정에 맞춰 "사건당사자인 직원에 대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허가를 거부할 수 없다"는 후단 부분을 신설하지만 이번 위헌제청신청이 헌재에서 인용될 경우 불가피하게 증언신청권자 부분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