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재직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한 설·추석 보너스 등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근로자가 '지급일에 재직중일 것'을 조건으로 받는 상여금은 '고정성'이 없기 때문에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승강기 전문업체인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 코리아㈜는 단체협약에 따라 매년 근로자들에게 짝수달과 설, 추석에 100%씩 모두 800%의 상여금을 지급했다. 단체협약상 이 상여금은 재직중인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했다. 사측은 통상임금을 산정할 때에도 이 상여금을 제외하고 계산했다. 그러나 티센크루프 근로자인 김모씨는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금품에 해당해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며 "이를 반영해 재산정한 통상시급을 기준으로 연장근로수당 등 59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사측은 "상여금은 1년 전체 근로에 대한 대가이고, 지급일에 재직 중인 자에게만 지급되는 것이므로 퇴직 여부 및 시점에 따라 지급여부가 달라져 사전에 금액을 확정할 수 없으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1,2심은 "티센크루프는 김씨에게 53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1,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상여금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지급되는 것이긴 하지만 근로자가 일정 기간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면 지급되는 것이고, 연장근로를 했는지 등의 추가 조건을 구분해 지급되는 것이 아니므로 소정근로의 대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통상임금은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얻을 수 있는 대가에 해당하는 것으로, 고정성은 이를 산정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하나의 징표에 불과한 것이므로 사용자와 근로자가 이를 소정근로의 대가로 삼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고, 그와 같은 근로의 대가를 산정할 수 있다면 고정성 요건은 충족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티센크루프는 근로자가 중도에 퇴직하는 시점에 따라 근로대가가 일정하지 않는 것을 문제삼고 있지만, 이는 근로자의 퇴직이라는 우연한 조건에 기인하는 것으로서 이를 근거로 기존의 소정근로의 대가가 소급해 특정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김씨가 티센크루프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2017다232020)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지급일 기타 특정 시점에 재직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은 그 특정 시점에 재직중일 것이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자격요건이 되고, 그와 같은 조건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면 그 임금은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근로를 제공하더라도 그 특정 시점이 도래하기 전에 퇴직하면 당해 임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해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그 지급조건이 성취될지 여부가 불확실하므로 고정성도 결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이 사건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