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막걸리 제품 가운데 하나인 '지평막걸리'의 '지평'은 지명이긴 하지만 상표로서의 식별력이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소비자들이 지평주조가 생산하는 특정 막걸리의 상품표지로 널리 인식하고 있어 상표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허법원 특허5부(재판장 서승렬 부장판사)는 주류업자 A씨가 지평막걸리를 제조하는 지평주조를 상대로 낸 등록무효소송(2018허4867)과 권리범위확인소송(2017허8114)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월 지평주조가 막걸리 상표로 등록한 '지평'이 자신이 판매하는 막걸리 '지평선', '원지평'과 유사한 데다 '지평'이라는 이름은 지리적 명칭이자 산지표시에 불과하다며 특허심판원에 '지평'이라는 상표등록의 무효를 요구하는 심판을 청구했다.
상표법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와 '상품의 산지·품질 등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표장만으로 된 상표'는 상표등록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특허심판원은 올 4월 "'지평'과 '지평선'은 관념이 유사하지만 외관과 호칭이 달라 구매자들이 혼동할 염려가 없고, 또 '지평'은 면사무소 소재지에 불과해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하지 않는 데다 수요자나 거래자가 '지평'을 막걸리 산지로 인식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반발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상표법이 규정하고 있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교과서와 언론 보도, 설문조사 등을 비롯해 일반 수요자의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막걸리의 수요자나 거래자는 '지평'을 막걸리 산지가 아닌 '지평주조'가 생산·판매하는 막걸리의 상품표지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수요자나 거래자가 '지평'을 막걸리 산지로 인식하지 않고 오히려 지평양조장과 지평막걸리 표장의 요부(중요부분)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등록상표의 식별력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지평'은 2006년 12월 전까지 '리' 단위 행정구역에 불과했고, 그 이후에도 '면' 단위 행정구역의 지리적 명칭에 그쳐 전국 약 1192개에 달하는 면의 지리적 명칭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나아가 사전적으로도 '대지의 편평한 면', '사물의 전망이나 가능성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등의 의미를 가지는 단어로 수요자나 거래자의 인지도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