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인감을 도용해 국유토지를 매각한 자산관리공사 직원인 자녀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송금받은 부모에게 사해행위에 따른 책임을 이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재판장 정철민 부장판사)는 국가가 A씨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합40930)에서 최근 "B씨는 국가에 4억43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공기업인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국유일반재산 관리를 담당하던 직원 C씨는 2016년 10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공사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법인 인감을 도용, 24필지의 국유일반재산을 다수의 매수인들에게 매각하고 총 15억여원을 받았다. C씨는 이 중 2300여만원을 아버지인 A씨에게, 5억5000여만원을 어머니인 B씨에게 송금했다. 이후 국가는 C씨로부터 토지를 매수한 사람들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과 사용자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소송 등을 당했고, 이 과정에서 C씨에게 4억4300여만원의 구상금 채권을 갖게 됐다. 이에 국가는 2019년 1월 채권자취소권을 주장하며 C씨의 부모인 A씨와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채권자취소권에 의해 보호될 수 있는 채권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행해지기 전에 발생된 것"이라며 "하지만 사해행위 당시에 이미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발생돼 있고, 가까운 장래에 그 법률관계에 기초해 채권이 성립되리라는 점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그 개연성이 현실화돼 채권이 성립된 경우에는 그 채권도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 채권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판결
이어 "B씨에 대한 송금행위는 국가의 C씨에 대한 구상금 채권이 발생하기 전에 있었으나, 이미 송금행위 당시 그 구상금 채권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는 발생돼 있었다"며 "가까운 장래에 국가의 구상금 청구가 진행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고, 실제로 일부 매수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국가로 하여금 C씨의 사용자로서 매수인들에게 손해배상금 지급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확정돼 국가의 C씨에 대한 구상금채권은 피보전 채권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씨에 대한 증여는 C씨의 불법행위(배임) 기간에 이뤄졌고, 그 총액이 5억3000여만원에 이른다"며 "채무초과 상태인 C씨가 여러 차례 큰 금액을 B씨에게 송금한 점 등은 채권자인 국가에 대한 관계에 있어 사해행위에 해당하고, 수익자인 B씨의 악의는 추정되므로 증여계약은 국가의 피보전 채권액 4억4300여만원 한도 안에서 취소돼야 하고, 그 원상회복으로 해당 금액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