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가 채무자의 고의·과실로 인해 소송을 제기해 변호사 선임 비용을 지출하게 된 경우, 그 비용도 일반 손해와 마찬가지로 상당인과관계가 입증되는 범위 내에서만 반환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A사찰이 황모(61)씨를 상대로 낸 편취금반환소송 상고심(☞2010다81315)에서 "황씨는 변호사 비용 6만7500 달러를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채무불이행과 손해 사이에 자연적 또는 사실적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념적 또는 법률적 인과관계, 즉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며 "채무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해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은 채권자가 자신의 권리보호를 위해 부득이하게 외국에서 소송을 제기하고 그와 관련된 변호사 비용을 지출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도, 채권자가 지출한 변호사 보수 전액이 곧바로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은 A사찰이 변호사 보수를 지출한 구체적인 경위와 그 지급 내역은 어떤지, 이 사건 관련 소송의 구체적인 진행경과와 난이도는 어땠는지, 변호사 보수가 통상적인 수준의 것이었는 지 등에 대해 심리한 다음 상당한 범위 내의 변호사 보수액만을 손해로 판단했어야 했음에도 A사가 지출한 변호사 보수 전액이 곧바로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위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A사찰은 황씨에게 소개받은 미국 부동산중개업체인 C사의 중개로 2002년 11월 미국 현지 부동산 매수를 진행하다가 계약이 해제되자 경비 및 수수료 23만여 달러를 반환받기 위해 C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사찰은 이어 이 소송에 지출된 변호사 비용 6만7500달러와 C사에 지급한 수수료 중 일부를 황씨가 편취함으로써 반환받지 못한 부분 11만5000달러 등을 지급하라며 황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