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서 공원관리를 맡긴 사람이 받은 관리위탁료 납부고지는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대법원 판례에서는 일반인에게 인정되지 않는 도로·공원 등 국공유재산의 사용권을 특정인에게만 허락해 주는 것을 행정처분으로 파악해 그에 따른 사용·관리료 부과 및 징수처분도 취소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이와달리 그 사용관계를 ‘공법상 계약관계’로 보고 계약에 따른 납부고지는 개별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행정처분이 아니므로 취소소송으로 다툴 수 없다고 해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공법상 계약’이란 행정사무 위탁계약이나 공무원 채용계약 등 행정집행을 위해 행정관청이 개인과 맺는 계약을 말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안철상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의 매점시설 관리를 위탁받은 이모씨가 “지나치게 많이 부과된 관리위탁료를 취소해 달라”며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관리위탁료부과처분취소 청구소송(2007구합10020)에서 각하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공유재산 등 공물(公物)의 사용관계를 설정함에 있어, 계약은 행정행위(처분 등)의 방법보다 개인이 행정에 참여하는 민주적 법치국가에 더 부합하므로 행정청은 계약을 통해 행정목적을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공물의 특별사용관계를 설정하는 계약은 ‘공법상 계약’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공법상 계약관계라 하더라도 입찰참가제한이나 낙찰결정과 같이 계약체결 등과 관련한 행정청의 일방적인 결정은 행정처분으로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지만 계약의 효력 등(예컨대, 납부고지, 이행청구 등)과 관련한 법률관계는 개별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공법상 당사자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덧붙였다.
공법상 당사자소송은 행정관청의 일방적인 처분을 다투는 취소소송과는 달리 행정관청과 개인이 대등한 자격에서 공법상 법률관계(계약이행, 지위확인 등)에 대해 다투는 행정소송이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관리위탁계약은 경쟁입찰을 통해 매점관리를 위탁받은 점에서 공법상 계약으로 봐야 한다”며 “피고의 관리위탁료 납부고지는 일방적으로 위탁료를 정해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계약에서 정한 위탁료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이라는 점, 도시공원법에 위탁료에 대한 강제징수규정이 없는 점에서 취소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2004년 말 서울시로부터 어린이대공원의 관리를 위탁받은 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경쟁입찰을 통해 매점시설 관리를 다시 위탁받았다. 그는 공단이 2007년도 관리위탁료로 11억여원을 내라고 하자 소송을 냈다.